[단독] "사과 1/3쪽·배 1/4쪽"...교수님의 '수발 매뉴얼'

단독 "사과 1/3쪽·배 1/4쪽"...교수님의 '수발 매뉴얼'

2019.03.15. 오전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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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리 채점을 지시했던 교수는 조교에게 과일을 종류별로 정확하게 몇 쪽씩 깎아 놓으라고 요구하는 등 상식 밖에 갑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학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다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어서 차정윤 기자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교수님 오시는 날.

담당 조교는 신선한 과일을 준비합니다.

수업 1시간 전.

연구실 책상 위에 껍질 벗긴 오렌지 반쪽, 사과 1/3 쪽, 배 1/4 쪽을 올려 둡니다.

우유는 반드시 저지방, 특정 제품이어야 합니다.

겨울에는 뜨겁게, 여름에는 차갑게 교탁 위에는 고가의 수입 홍차를 준비해 놓습니다.

[성신여대 전 학사 조교 : 따뜻한 차를 우린 텀블러를 수업 전에 교수님 수업하시는 교탁에 다른 수업 준비 물품과 함께 갖다놓고, (교수님이) 수업이 끝난 뒤에는 그 자리에 모든 물건을 놔두세요. 그러면 그걸 저는 다시 챙겨서 나와야 해요.]

이런 업무 지침은 A4 용지 9장짜리 문서로 정리됐습니다.

강의용 기자재 관리 같은 일반적인 조교 업무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먹고 마시는 지극히 사적인 일을 시중드는 것들입니다.

전 조교들은 이 매뉴얼대로 되지 않으면 폭언을 듣기도 했고, 교수 사적인 일을 챙겨주느라 점심을 거르거나 수업에 빠지기까지 했다고 증언합니다.

[성신여대 전 학사 조교 : 밖에서 (조교들과) 같이 점심 먹고 있을 때도 (교수가) 올 때 밥 사 오라고 하시니깐, 밥을 급하게 먹고 저희도 쉬는 시간인데 밥을 사 가지고 가야 하고 그랬죠.]

[성신여대 전 학사 조교 : 학과사무실에 계속 전화가 울리는 거에요. 하도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교수가) 물 좀 떠 다 달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연구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정수기가 있거든요.]

전 조교 중 한 명은 이 같은 교수의 '갑질'을 지난해 말 학교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시했고, 관련 내용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오르고 나서야 자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메뉴얼 자체를 본 적이 없고, 과일 준비 같은 허드렛일도 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성신여대 측은 내부 감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YTN 차정윤[jyc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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