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 만학도의 초등학교 졸업장..."배움은 행복"

아흔 살 만학도의 초등학교 졸업장..."배움은 행복"

2019.02.23. 오전 07: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들이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아흔 살의 나이에 학구열을 뽐낸 어르신도 계신 데, 공부를 통해 새로운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장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고운 한복을 입은 졸업생 7백여 명이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맏언니 이영로 할머니, 아흔 살에 쥔 초등학교 졸업장을 말없이 쓰다듬었습니다.

[이영로(90세) / 서울 양원초등학교 졸업생 : 좋다고 해야 하나,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래요.]

한글부터 배우기 시작해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 왔다는 81살 김갑조 할머니.

선생님들은 할머니의 일기를 책으로 엮어 졸업 선물로 드렸습니다.

[김갑조(81세) / 서울 양원초등학교 졸업생 : 배워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즐거웠죠. (일기에) 아무 얘기나 써서 좀 두려웠는데, 잘했다니까.]

80살 문해주 할머니는 한국 전쟁과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2년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픈 기억은 결석 한 번 없이 공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문해주(80세) / 서울 양원주부학교 졸업생 : 너무 설레고 정말 하루를 일 년 같이 기다렸어요. 이제 나한테 공부는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4년간의 학창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내디딘 한 걸음, 곁에서 지켜본 가족들은 아름다운 도전을 힘껏 응원했습니다.

[박지윤 / 문해주 할머니 손녀 : 할머니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는 것 같아서 좋고요. 엄마의 엄마가 아니라, 저의 할머니가 아니라 문해주라는 할머니만의 삶을 더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찾은 인생은 돋보기를 쓴 듯 환해졌습니다.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만학도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YTN 부장원[boojw1@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