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소홀 인정, 사인으로 단정 못해"...이대목동 의료진 '무죄'

"관리 소홀 인정, 사인으로 단정 못해"...이대목동 의료진 '무죄'

2019.02.22.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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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말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80여 분 만에 영유아 4명이 잇따라 숨졌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정밀조사 결과, 신생아 4명의 사망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 때문으로 최종 조사됐습니다.

원인은 밝혀졌지만, 쟁점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도대체 이 균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파된 것일까요?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뉴스인, 2018년 3월 4일) : 원인균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인데 말이죠. 원액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하는 점. 그렇다고 본다면 그것을 전달하는 의료도구가 문제가 있었느냐, 조사를 해 봤더니 이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결국은 병원 내에서 감염이 된 것이다. 그것이 간호사나 의료진의 손에 의한 감염일 수도 있고요.

지난해 3월 경찰은 의료진이 주사제를 개봉해 수액 세트에 연결하는 준비 과정에서 균 오염이 일어난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습니다.

간호사 중 일부가, 수액 세트를 개봉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소독을 하도록 한 지침을 어겼고, 개봉 즉시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하는 주사제를 5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한 사실도 드러나며 관련 의료진은 경찰에 입건돼 조사받고 기소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3명은 구속되기도 했지요.

그리고 바로 어제 1심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일부 의료진들이 감염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관리부실 때문에 주사제가 패혈증을 유발하는 균에 오염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주사제가 오염된 이유가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는 이상, 신생아들이 패혈증에 걸려 숨진 원인이 의료진 과실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간호사들이 주사제 하나를 여러 명에게 나눠쓰는 등 감염관리에 신경 쓰지 않았고, 의사들은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과실이 신생아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같은 준비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맞고도 패혈증 증상이 없는 신생아가 있었다는 설명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성희 / 조수진 교수 변호인 : 역학을 총괄 책임지신 분이 법정에 나오셨는데, 본인도 제3의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법정 증언을 했기 때문에. 법원 감정 결과도 동일하게 내놨습니다. 모든 전문가가 일치된 의견이었기 때문에….]

정리하면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고, 이 것이 영유아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아주 적은 확률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 의료진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숨진 아이의 한 부모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놓쳐서는 안 될 부분도 존재합니다. 바로 병원 측의 책임입니다.

[정형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배종찬입니다') : 사실은 이 아이들을 관리할 만한 인력도 되지 않았었고요. 그다음에 레지던트나 의료진들의 어떤 숫자도 부족했었고요. 간호사들도 부족했었고요. 뭐 말을 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닌 이런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럼 이런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병원의 경영진이나 아니면 책임 있는 사람이 져야지 맞는데, 그 당시에도 중간 관리자 정도 되시는, 아니면 이 부서의 책임이 있는 분하고 일선 의료진들을 실제로 기소하고, 이분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문제를 사실 전 회피하려고 생각했다고 보고요. 결과적으로 지금 지리한 법률적 다툼 이후에 문제가 희석됐습니다.]

정 사무처장은 병원 측이 받은 징계는 매우 미약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법정 다툼이 아닙니다.

'이대 목동병원'에서 벌어진 신생아 사망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병원의 시스템과 그것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찾아내 개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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