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이체 실패"...'범죄예방'에 날아간 합격의 꿈

"등록금 이체 실패"...'범죄예방'에 날아간 합격의 꿈

2019.02.15.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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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막으려고 만들어둔 조치에 그만 대학 합격의 꿈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어제오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연세대 합격 취소' 사건입니다.

연세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한 A 군.

부모님은 등록 마감일인 지난 1일 오전 10시 5분, 등록금으로 낼 470만 4천 원을 우체국 계좌에 넣어뒀습니다.

ATM기 조작이 익숙지 않았던 탓에, 친한 우체국 직원에게 이 돈을 등록금 납부 계좌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이 지인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도와줍니다.

이 시간이 10시 21분, 불과 15분여 만이었습니다.

돈이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ATM기 '지연인출제도'가 작동한 겁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100만 원 이상 돈을 인출하거나 이체할 때는 이후 30분 동안 출금을 지연하도록 조치해두었는데요.

관련 문구가 ATM기 화면에 떴을 텐데, 미처 보지 못하고 돈이 넘어간 것으로 여긴 겁니다.

결국, 대학 측으로부터 합격 취소를 통보받은 A 군은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SNS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렸고 구제 여론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연세대는 합격 취소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구제 방도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다른 학생들과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젯밤 A군의 담임교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후 상황을 알렸습니다.

학생 측 과실이 분명하고, 일이 더 커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A 군은 공부를 열심히 해 서울대에 갈 거라고 했다며, 순박하고 우직한 학생이라 마음이 더욱 아리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립대에서도 오늘 합격 취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추가합격 마감 시간 직전 수험생에게 합격 통보 전화를 걸었다가 마감 시간이 됐다며 1초 만에 전화를 끊고 탈락시켰다는 내용인데요.

논란이 커지자 결국 이 학생을 다시 합격시키기로 했습니다.

대학입시라는 좁은 문 앞에서 벌어진 뜻밖의 실수와 해프닝.

입시 드라마가 대박을 치는 현실에서 이 학생들이 얼마나 마음 쓰린 경험을 했을지, 헤아릴수록 참 안쓰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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