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7년 만에 또다시...헌재 판단 앞둔 '낙태죄'

[취재N팩트] 7년 만에 또다시...헌재 판단 앞둔 '낙태죄'

2019.02.15.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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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낙태로 불리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12년 전 조사 때보다 크게 줄었다는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시에 여성 4명 가운데 3명은 낙태를 범죄로 보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는데요.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7년 전 '합헌'으로 결론 났던 헌법적 판단이 이번엔 바뀔지 주목됩니다.

관련 내용 사회부 법조팀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지금 헌재에 걸려 있는 게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낙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입니다.

낙태를 처벌하는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는 건데요.

재판을 받다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앵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우리 법에 어떻게 규정돼 있기에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기자]
낙태 처벌 관련 법 조항이 두 개입니다.

하나는 형법 269조 1항인데, '자기 낙태죄'로 불립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백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동의 낙태죄'로 불리는 270조 1항인데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면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안인 만큼 낙태죄 찬반을 둘러싼 각계 의견을 들은 건데요.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청구인 측은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측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점 등을 들면서 합헌을 주장했습니다.

[앵커]
이미 공개변론까지 했는데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일반 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은 기계적으로 변론을 하면 언제 선고가 내려진다고 특정이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공개변론 이후 헌재소장뿐 아니라 재판관 9인 체제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김이수, 안창호, 강일원 전 재판관 등이 동시에 퇴임한 이후에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사건 심리에 필요한 재판관 수인 7명을 채우지도 못했고요.

지난해 취임한 유남석 헌재소장도 그래서 조속한 평의를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유남석 / 헌법재판소장 (지난해 9월 / 국회 인사청문회) : 앞으로 재판부가 새로 구성이 되면 지난번에 변론도 한 적이 있습니다만, 가능하면 조속하게 평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언제쯤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이 나올까요?

[기자]
2013년 취임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하는데요.

퇴임하게 되면 새 재판관 임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사건 내용도 일일이 새로 들여다 봐야 하니 심리가 늦춰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 조용호 재판관입니다.

따라서 퇴임 전에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헌재가 통상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선고를 해왔는데, 그렇게 따지면 3월 28일이 됩니다.

하지만 헌재는 일단 3월과 4월 선고 사건들을 합쳐서 4월 중순에 선고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퇴임 전주 목요일인 4월 11일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해 보니 아직 낙태죄 사건에 대한 평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통상 선고 사건이 결정되면 사흘 전에 외부에 공개되는데, 그때 포함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고 정부의 실태조사도 나온 만큼 헌재도 평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앞서 한 차례 '합헌' 결정이 나왔죠?

[기자]
앞서 7년 전 한 차례 헌재 판단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팽팽히 나뉘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합헌'으로 결론 났습니다.

4대 4인데, 왜 합헌이냐 궁금해하실까 봐 부연하자면 위헌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조산원 운영자가 '동의 낙태죄'를 문제 삼았었는데요.

당시 헌재는 낙태죄를 처벌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고,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어떻게 예상되나요?

[기자]
일단 재판관 구성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에만 재판관 5명이 새로 임명됐는데요.

일부 재판관들이 낙태 처벌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기 때문에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 몇 가지 들어보실까요.

[이영진 / 헌법재판관 (지난해 9월 / 국회 인사청문회) : 외국의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도 있던데….]

[이은애 / 헌법재판관 (지난해 9월 / 국회 인사청문회) : 지금 현재 낙태 허용 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은 우리 시대 변화에 맞춰 헌법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입니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고, 낙태 행위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는 정부 조사결과도 나와 있는데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재판관들이 어떤 헌법적 판단을 내놓을지는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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