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토끼몰이식 단속...25살 청년 딴저테이 씨의 비극

'불법체류자' 토끼몰이식 단속...25살 청년 딴저테이 씨의 비극

2019.02.13. 오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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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공사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법무부의 불법 체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7.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시는 미얀마 출신의 25살 딴저테이 씨인데요.

법무부는 딴저테이 씨가 적법한 공무 집행에 응하지 않았고, 단속 반원들이 추락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단속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딴저테이 씨 본인의 부주의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단속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는데요.

하지만,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당시 단속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렇게 오체투지까지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해왔습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책위(지난해 11월) : 대책위 입장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오늘 오체투지도 억울한 죽음,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이 밝혀지고, 죽음에 관한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고…]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오늘 그 판단이 나왔는데요.

인권위는 법무부와 경찰 수사 결과와 달리, 당시 딴저테이 씨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단속반원들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추락 사고 직후 119신고 외에는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 단속을 진행한 것도 부적절했다며 관계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이렇게 불법 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사실 드문 일은 아닙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사고 현황을 보면, 딴저테이 씨의 사례를 제외하고도 지난 10년 사이 77명이 다치고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그렇겠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딴저테이 씨 역시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먼 타국을 찾아왔습니다.

4년 동안 일한 돈을 모두 가족에게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비자 만료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안전은 뒷전인 이른바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목숨을 잃어야 할 정도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속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숨을 쉬는 사람이라는 점,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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