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미투 촉발' 서지현 검사 기자회견 "진실 밝히는 길 험난"

[취재N팩트] '미투 촉발' 서지현 검사 기자회견 "진실 밝히는 길 험난"

2019.01.24.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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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무마하려 인사 보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안태근 전 검사장이 어제(23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서 검사는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1심 선고가 있기까지 그동안 심경을 밝혔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신지원 기자!

서 검사가 오늘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서지현 검사는 오늘 오전 서울 서초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앞서 서 검사조차도 안 전 검사장의 법정 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법원의 정당한 판결에 감사하다면서도, 진실을 밝히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 험난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직 검사로서 성추행 피해를 밝히기까지도 어려웠지만, 그 후에도 각종 음해와 모함으로 인해 2차 피해가 심각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그동안 밝혀왔던 것과 같이 피해자에게 용기를, 가해자에게는 경고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조금 전 서지현 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지난해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폭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검찰 내부 정보망에 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2010년 10월 말,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던 안태근 전 검사장이 술에 취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겁니다.

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지난 2015년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던 안태근 전 검사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서 검사는 경기도에 있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경력 검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다음에도 유임하고 싶다고 밝힌 서 검사의 의사와 달리 갑자기 경남에 있는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한 겁니다.

뒤늦게 논란이 되자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진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비위를 감추기 위해 인사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그동안 안태근 전 검사장은 혐의를 부인해왔었는데, 어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나요?

[기자]
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바로 구속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비위를 덮으려고 인사 권한을 남용했다며,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검찰 내부 규정 가운데 경력검사가 지방검찰청 소속 소규모 지청에 배정되면 다음 인사 때 우대한다는 내용의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있는데요.

재판부는 2010년 이후 서 검사처럼 경력검사를 지청에 연달아 배치한 사례가 없다며, 안 전 검사장이 원칙과 절차에 어긋나는 결정으로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선고 직후 안 전 검사장은 '실형을 선고받을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 법무부 검찰국장이 평검사 인사를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 지난해 전까지 서지현 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면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에 주목할 만한 점이 또 무엇인가요?

[기자]
먼저, 의혹으로만 남을 뻔했던 성추행 여부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서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성추행은 2010년 발생했기 때문에 지난해 이미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진상조사에 나선 검찰이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길 때 성추행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는데,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할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판부가 직접 성추행 여부를 따져본 겁니다.

또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었는데요.

재판부는 이런 정황도 인정하는 판단을 내비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직권남용'에 대한 해석입니다.

공교롭게도 어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도 '직권남용'입니다.

그래서 어제 검찰이 안 전 검사장의 실형 선고를 강조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심사에서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에게만 주어진 '법관 인사권'을 남용해 비판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각종 인사 불이익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의 '재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화두를 던지는 판결입니다.

[앵커]
서 검사의 폭로가 각 분야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는데, 미투 의혹에 관한 다른 소송들도 주목되는군요?

[기자]
네,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전국적인 '미투'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미투' 의혹과 관련해 각자 다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현재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도 성폭행 의혹이 추가 폭로되면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던 최영미 시인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신지원 [jiwon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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