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시켜준다고 면접 보라더니 해고... 장애인 수어·문자 중계사의 눈물

정규직 시켜준다고 면접 보라더니 해고... 장애인 수어·문자 중계사의 눈물

2019.01.16.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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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시켜준다고 면접 보라더니 해고... 장애인 수어·문자 중계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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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통화가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수어나 문자로 중계 통역해주는 107 손말이음센터가 최근 중계사 대량 해고 사태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사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비정규직 외주화'를 없애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역행하는 결정이라 논란이 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는 2019년 1월 1일부로 간접노동자인 중계사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해 손말이음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당시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은 진흥원 소속이 아닌 '케이티씨에스' 소속으로 고용된 상태였다.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은 당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만큼 업무 강도가 심해 2017년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논란이 됐을 정도.

정규직 시켜준다고 면접 보라더니 해고... 장애인 수어·문자 중계사의 눈물

결국 진흥원은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기계약직 제한경쟁 채용 공고를 지난달 17일 냈고, 중계사들은 케이티씨에스의 요구로 19일 미리 사직서를 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계사 중 18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 대상자가 됐다는 것.
나머지는 케이티씨에스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로 정규직 평가에 탈락하면서 졸지에 해고 상태가 돼버렸다.

손말이음센터 노조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가 '기존 인원을 탈락시키기 위함이 아니'라고 했고 '다른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도 거쳐 간 방법'이라는 기만적 설명으로 노동조합을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중계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절반에 가까운 인력이 없어지면서 당장 1월 1일부터 손말이음센터는 중계 통역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고, 남은 중계사의 노동 조건은 개선된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하청업체 재입사"라는 구제안을 제시했지만 해고된 중계사들은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수어 문자 중계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콜센터의 전화 상담 업무를 맡는 보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진흥원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중계사 22명을 새로 선발하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낸 상태다. 진흥원은 "지난번 제한경쟁 채용에서 탈락한 중계사들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손말이음센터 노조는 "십여 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모범 근무로 포상을 받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는 직원을 해고했다"면서 "33만 언어장애인들의 생명과 직결된 서비스를 파행으로 만들었다"면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상태다.


[사진 =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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