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대신 '쌤'으로 부르면 수평적?

'선생님' 대신 '쌤'으로 부르면 수평적?

2019.01.09. 오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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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시교육청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혁신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여름철에 반바지와 샌들을 착용할 수 있게 하거나 회의 전 다과나 명패를 준비하는 등의 불필요한 의전을 줄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건배사나 술잔 돌리기를 금지하는 등 회식문화를 개선하고, 상급자 눈치 보지 않고 정시퇴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퇴근 때 인사하지 않기 등도 포함됐는데요.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주 52시간제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추자는 좋은 취지의 내용이었지만, 이 가운데 '수평적 호칭제'가 문제가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과 일선 학교에서 구성원 간의 호칭을 '님' 이나 '쌤' 혹은 '프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조희연 교육감을 예로 들면, '희연님', '희연쌤', 혹은 '조 프로' 이렇게 부르자는 건데 시범적으로 시행해봤더니 학내 구성원끼리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교원단체 등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쓰는 존경의 단어이자 교사가 교사에게 쓰는 상호존중의 표현인 '선생님'이란 말을 수평적 문화를 이유로 쓰지 않는 게 적절치 않다는 거죠.

또 '쌤'이란 표현은 일부 학생이나 선생님들이 친근감의 표현으로 쓰는 은어인데 교육기관에서 사용을 권유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사용하는 '프로'라는 말도 교육기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죠.

존경과 존중의 뜻으로 예를 들면 '의사 선생님'처럼 다른 직군이나 혹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이 선생님이란 말이 쓰이곤 하는데요.

교사들에겐 이 말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자부심과도 연결된, 결코 가볍지 않은 단어입니다.

간담회의 이름을 '듣는다 희연쌤'으로 하는 등 '쌤'이란 표현을 애용해 온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엔, 권력자가 자신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표현을 제안한 건 좀 너무 나가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선생님 호칭은 사라지지 않고, 수평적 호칭제의 시행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와 달리, 교육청이 하급기관에 호칭변경을 제안한 것 자체가, 권위주의의 산물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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