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하청근로자 사망 사고 축소 보고 의혹

서부발전, 하청근로자 사망 사고 축소 보고 의혹

2018.12.17.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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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가 일어난 태안화력발전소.

이전에도 근로자들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그동안 하청 업체 직원들의 사망 사고를 국회에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대근 기자!

사망사고를 축소 보고했다는 게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국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2008년~2016년 한국서부발전이 관리하는 발전소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집계한 결과인데요.

이 기간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인명사고가 48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6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사망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2011년 9월 28일 외벽 공사 중이던 하청 업체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2016년 2월 18일 또 다른 하청 업체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한 사고도 있었는데, 이 또한 국회 보고에서 누락됐습니다.

이런 일은 올해에도 반복됐는데요.

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현황 자료입니다.

여기에서도 2016년 2월 사망사고와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하청근로자 사망 사고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서부발전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서부발전 측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산재 신청과 판정 결과를 근거로 고용노동부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일부 사망 사고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도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 고용노동부에서 산재 신고가 들어오면 산재 판정을 해서 집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제출해서 집계하는 게 아니고요. 협력회사에서 사고가 나면 저희가 협력회사 것까지 (집계)하기는 하는데 데이터를 고용노동부 자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게 더 정확하거나 공식적이어서 쓰시는 건가요?) 어쨌든 서로 다르면 오해의 소지도 있고 해서요.]

서부발전에서도 사고 통계를 집계하지만, 수치가 다를 경우 서로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자료를 사용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자료 제출 전에 검토만 제대로 했어도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를 누락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2011년 9월과 2016년 2월 사고는 저희 YTN을 비롯한 많은 언론에서 보도됐던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국회 보고에서 누락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이에 따라 하청근로자 사망 사고에 무관심했던 것 아니냐, 또는 사고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비상대책위가 있죠? 이곳은 이번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고가 보고에서 누락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준선 /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상황실장 :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산재에 대해서 예전부터 공공운수노조는 은폐나 축소가 의심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다칠 경우에 산재를 신고할 경우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존재했고요.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집계의 누락인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서 산재 처리가 된 것인지 안 된 것인지도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일부러 축소 보고한 것인지도 조사해야 하고, 서부발전이 밝힌 대로 고용노동부에서 산재 처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면 보고가 누락된 사망자들은 산재 처리가 안 됐다는 것이냐며 산재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어제 인터뷰할 때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대책위 측에서는 "서부발전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어난 산재 리스트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로 죽든 다치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분노합니다."

이 말이었습니다.

통계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누락 여부도 모를 만큼 하청근로자들의 안전에 무관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또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사고 사망자들은 모두 하청 업체 근로자들이었는데요.

위험한 업무는 대부분 외주업체에 맡기고 안전 관리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민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기자]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해 시민대책위가 구성됐는데요.

여기에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조합과 노동단체, 시민단체, 종교계 등 88개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오늘 오후 2시 김용균 씨 유가족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오는 19일에는 안전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열고, 21일에는 1,100만 비정규직 촛불집회, 22일에는 범국민 추모제를 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이번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뿐 아니라 반복되는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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