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지침 무시..."정지장치는 승인 필요"

'2인 1조' 지침 무시..."정지장치는 승인 필요"

2018.12.14. 오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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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현장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점검지침은 무시됐고, 안전장치는 사용 전 승인이 필요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경국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1일 새벽, 비정규직 노동자 24살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점검 도중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태성 /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 25살의 노동자가 성실하게 일한 채로 죽었습니다. 벨트에 끼여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의 끝에는 구동부가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원래 있어야 할 뚜껑이 떼어져 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빠르게 회전하는 구동부에 안전장치가 없어 옷깃이 살짝만 껴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술한 안전관리도 문제였습니다.

김 씨가 속한 업체의 점검 지침에는 점검 구역에 출입할 때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력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또, 컨베이어 벨트를 급히 멈출 수 있는 비상 정지장치는 평소 관리가 안 돼 제대로 작동이 안 됐습니다.

심지어 위급 상황 때에도 비상 정지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선 발전소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떨어진 석탄 제거 작업을 기계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발전소 측은 3억 원이 든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고 현장을 청소하고 언론 접촉을 막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조성애 /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 어제 현장에 가봤더니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 집 안방처럼 깨끗해졌다고 현장이.]

자식의 일터를 찾았던 유가족들은 오열했습니다.

[김미숙 / 유가족 :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하는지)….]

인력 부족과 비용 절감.

사람보다 돈이 먼저는 아니었는지, 꽃다운 청춘은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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