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우십니까?" 지금도 을사오적의 훈장 받는 한국인

"자랑스러우십니까?" 지금도 을사오적의 훈장 받는 한국인

2018.12.13.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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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정아 앵커
■ 출연 : 고한석 / 기획이슈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청각장애인 자막 방송 속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이라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일본 최초의 훈장으로 일제 강점기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5적 등 친일파가 받았던 훈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일부 외교관과 정치인, 경제인이 이 훈장을 받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문제가 된 것이 '욱일장'이라는 일본 훈장이죠?

어떤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가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수여하는 훈장입니다.

욱일, 그러니까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했습니다.

가운데 붉은 태양에서 밖으로 빛이 뻗어 나가는 것이 기본 모양이고요.

종류에 따라서 이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욱일대수장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요.

그 밑에 중수장, 소수장이 있고, 그 아래로 다시 등급이 나뉩니다.

[앵커]
꽤 역사가 오래된 훈장이라고요?

[기자]
메이지 시대, 1875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훈장입니다.

국가와 공공의 공익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것이 취지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침략전쟁을 벌이던 시기, 주로 군인들이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일본 전범으로 일본이 패전한 뒤 교수형을 당했죠.

태평양 전쟁을 이끈 도조 히데키가 이 욱일대수장을 받았고요.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해군 대장 도고 헤이하치로도 같은 훈장을 받았습니다.

또,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해 죽은 이토히로부미 역시 운일대수장을 가슴에 걸었죠.

[앵커]
을사오적도 욱일 훈장을 받았다고요?

[기자]
이완용, 이근택, 박제순 등 을사오적 모두 욱일대수장을 받았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사진, 이완용의 모습인데요.

가슴에 걸린 커다란 훈장 가운데 하나가, 욱일대수장입니다.

이토히로부미가 받았던 것과 같습니다.

이 밖에도 정미칠적 가운데 하나인 이병무 등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라면 대부분은 다양한 등급의 욱일장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앵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훈장이고, 우리에게는 치욕적인 훈장이군요.

그런데 해방 후에도 이 훈장이 우리 국민에게 수여됐다고요?

[기자]
1999년 11월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불러 축하연을 열었습니다.

당시 박 총재가 한일 우호친선에 이바지한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훈1등 욱일대수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등급이 높은 <욱일대수장> 수상자만 보면, 이병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권철현, 유명환, 유흥수 씨 등 전 일본 대사 가운데 일부가, 정치인으로는 김수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이, 경제인 가운데는 손경식 경총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받았습니다.

[앵커]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이군요.

훈장 받을 때 문제 의식이 전혀 없었던 건가요?

[기자]
대부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취재가 된 인사들은 친일파가 받았던 사실, 또 훈장의 기원 등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욱일하면 욱일기가 바로 떠오르죠.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픈 역사의 상징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욱일'이라는 이름을 접하면서 단순히 일본 정부가 주는 훈장이라고만 생각했다는 것이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받은 사람들이 명망 있는 사회 지도층이라 더 그렇겠죠.

[앵커]
욱일 문양 자체는 일본의 전통으로 볼 수 있지 않나요?

[기자]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하는 '욱일'은 일본의 전통 문양입니다.

천여 년 전부터 사용됐다는 연구도 있어서 문양 자체를 제국주의의 잔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비교해 볼 만한 외국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철십자 훈장인데요.

'철십자'는 일본의 '욱일'과 마찬가지로 전통 문양입니다.

십자군 전쟁 때부터 썼다고 하고요.

그러나 2차 대전 패망 후 독일은 전쟁 범죄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철십자 훈장을 폐지했습니다.

설령 지금까지 남아 있다 하더라도, 히틀러의 훈장을 받을 프랑스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앵커]
욱일장 받은 한국인은 있는데, 중국은 어떤가요?

[기자]
만주 사변 즈음, 허잉친이라는 일본 육사 출신 중국인이 욱일대수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패망 이후에는 그보다 등급이 낮은 욱일중광장을 재일본 중국인 바둑 기사가 받았습니다.

이외에는 더 찾을 수 없었고요, 그래서 욱일장 받은 중국인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제국주의 시절 훈장을 없애지 않고 한국인에게까지 수여하는 일본도 그렇지만,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걸 받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고한석 기자 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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