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만 않게 해달라" 바람에도 비정규직 청년 또 숨져

"죽지만 않게 해달라" 바람에도 비정규직 청년 또 숨져

2018.12.12.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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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노동악법 없애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해 주십시오."

계약직 신분이었던 김 씨는 이런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습니다.

사진을 찍은 지 열흘 만에 그는 작업 현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24살,이제 세상과 부딪치며 꿈을 키워갈 나이였습니다.

군 제대 후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힘들지만 배우는 단계인 만큼 견뎌내겠다"며 가족들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사고 당일, 저녁에 출근해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했고 밤 10시쯤 연락이 끊겼습니다.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 씨는 5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왜 5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현장 조사 결과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2인 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사고 당시 김 씨는 혼자 일해야 했습니다.

하도급 회사들은 열악한 수익구조를 이유로 임의로 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고 역시 이와 연관된 것인지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도 억울한 죽음 앞에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사고 당시 두 명이 근무했다면 사고 즉시 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 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또 "회사 측에서 3년 전 현장 인원을 15명에서 12명으로 줄인 뒤 사고 위험성이 늘 있었고 수년째 인력 재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별 안전 점검이 필요한 업무까지 외주업체에 넘겼고, 그 인력마저 줄이는 상황이 겹치면서 외주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염건웅 /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8년 동안 발전소에서 모두 12명이 추락사고나 매몰 또 쇠망치에 맞는 사고 또 대형 크레인 전복사고, 이런 협착사고로 숨졌던 것들이 모두 외주 노동자에서 발생했었고 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46건의 안전사고 중에서 97%가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했다라는 건데...]

1980년대 한전 및 한전 자회사가 파업을 했단 말이죠.

거기에서 한전 KPS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안전점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이것을 외주화시키자, 경쟁력을 갖추자 해서 지금은 입찰을 시키고 외주화시켜버렸더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제 비정규직 대표자 100명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습니다.

"저는 오늘 동료를 또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돼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던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사건의 본질,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희생의 반복을 막기 힘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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