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호는 경고했다"...탈선 사고를 예고한 조짐들

"806호는 경고했다"...탈선 사고를 예고한 조짐들

2018.12.12.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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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 대형 사고 이전에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KTX 열차 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고를 피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806 열차가 탈선한 7시 35분 이전 상황으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사고 발생 28분 전 사실 위험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관제사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큰일 났네"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국토위에서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입니다.

[이헌승 / 자유한국당 의원 (어제) : 조짐이 7시 7분 58초에 벌써 일어났습니다. 관제사가 7시 7분 58초에 '네, 무슨 일인데요.', '큰일 났네요 이거, 관제사입니다. 우리 측량 신호소 기지 입출고 21호 불일치 났거든요' 7시 20분 39초에…중간에 '다른 보고 사항이 있습니다만 해당 열차는 806호입니다…' '806호는 30분 나가는 거 지장이 없고요' 그래서 '806간 다음 신호가 다 안 되면 간 다음에 수동 취급하겠습니다. 30분 발차입니다'….]

그러니까 탈선한 열차가 출발 전에 이미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선로전환기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고장이 발생한 강릉역에서 서울 방향의 철길에 설치된 선로전환기가 아니라 30m 떨어진 강릉 차량기지를 오가는 철로의 선로전환기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두 선로전환기의 회로가 뒤바뀌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있었습니다. 사고 발생 5분 전 7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직원이 다급하게 3분만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이헌승 / 자유한국당 의원 (어제) : 관제사가 다시 '7시 30분에 차례대로 열차 취급하면 됩니다' 7시 34분 19초 '3분 이내에 안 되면 바로 수신호 내야 된다' 그러니까 강릉역 로컬 관제원이 '강릉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이 신호에서 806 올라오면 3분만 시간 내달라고 하는데 어찌합니까?'….]

응답은 없었고, 이 교신 1분 뒤 열차는 탈선했습니다.

이상 신호를 감지한 순간부터 열차 출발 시각을 몇 분 미루더라도 현장의 근로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면, 회로가 잘못 연결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예고된 사고였다고 지적합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승무원에 대한 부분입니다. 코레일 승무원은 안전 업무를 하면 안 되도록 돼 있다는 게 철도노조의 이야기입니다.

[이대열 / 철도노조 지부장 (어제, 뉴스Q) : 2006년 해고 승무원 때부터 이어져온 불법파견 시비로 인해서 코레일에서는 서비스와 안전업무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코레일은 현재까지도 승무원들은 서비스만을 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실 이 판결은 현재 사법농단 의혹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저희 철도안전법이 개정이 되었고요. 승무원의 책임이 아주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본다면 승무원은 사고가 났을 때 안전업무를 하면 안 되지만 책임이 있는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안전 업무를 하면 안 되는 승무원. 하지만 사고가 난 뒤에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라는 주장입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철도 운영 구조는 목적에 따라 책임과 권한이 이원화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사고의 이면에도 이 시스템의 이원화가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흥수 /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철도시설공단은 수입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 철도공사에게 선로를 제공하고 철도공사는 그 선로 사용료를, 시설 사용료를 철도공단이 냅니다. 그러면 철도공사는 선로 사용료가 너무 부담이 크다라고 대립하고 또 시설공단은 선로 사용료가 적다고 또 얘기하고요. 또 그런 과정에서 철도공사는 운영자 입장에서 선로가 이렇게 시공되거나 역사가 이렇게 건설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시설공단은 원가 절감이라든지 이런 방식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건설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사건건 충돌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사고라든지 (과거에 SRT가 개통됐을 때 수서고속철도 개통됐을 때 열차 흔들림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랬을 때 시설공단은 이 차량의 문제다라고 얘기를 하고 철도공사는 시설공단의 선로 문제다.) 결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게 이번에 강릉선 사고에서도 시공의 문제다, 관리의 문제다. 이렇게 싸우게 되거든요.]

또한, 사고 열차를 비롯해 강릉선 총 15대 열차에는 블랙박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철도안전법상 모든 열차에는 블랙박스 다는 게 의무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위험 요소들이 이처럼 꾸준히 쌓여 오고 있었습니다.

사고는 어쩌면 예고를 충분히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KTX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회 곳곳에 다양한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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