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흉터남은 男 군인도 연금...법원 "정신적 고통은 성별 무관"

얼굴에 흉터남은 男 군인도 연금...법원 "정신적 고통은 성별 무관"

2018.12.09.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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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흉터남은 男 군인도 연금...법원 "정신적 고통은 성별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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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부상으로 얼굴에 흉터가 남았으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상이연금을 받지 못했던 남성이 제기한 소송에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전직 대위 김 모 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상이연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989년 무장 구보를 하다가 3m 아래 해변으로 추락해 얼굴에 다발성 외상을 입었다. 당시 군인연금법은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을 상이 등급 7급으로 분류했고, 남성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이후 2006년 해당 조항은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개정되며 김 씨도 지급 대상이 됐다. 이에 김 씨는 2012년 군 병원에서 상이 등급 7급 판정을 받고, 2017년 상이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퇴직 당시인 1995년의 군인연금법에 의하면 흉터가 남은 남자는 연금 대상이 아니"라며 연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김 씨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과 남성을 차별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군인연금법 제정 당시에는 '외모에 흉터가 있으면 여자는 남자보다 사회생활에서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 법에도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군인연금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이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며 "군인이 공무상 질병·부상으로 장애 상태에 이르렀다면 성별에 따라 상이연금의 수급 여부를 다르게 봐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있는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흉터가 있는 당사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성별과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라는 장애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법 개정 이전과 이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흉터가 법 개정 이전 또는 이후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연금 지급 여부를 다르게 정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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