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법' 대놓고 무시하는 건물주...여전히 조물주 위에

'보호법' 대놓고 무시하는 건물주...여전히 조물주 위에

2018.11.22. 오전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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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행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은 5%를 넘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막무가내식 건물주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임차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지방자치단체의 조정 기능은 미흡하고, 정부나 정치권의 보완 대책은 말만 무성할 뿐입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송파구, 젊은 창업가들의 특색 있는 음식점들 덕에 잘 나가는 상권이 된 이른바 '송리단길'입니다.

이곳에서 2년째 애견 미용실을 운영하는 A 씨.

지난 8월 건물주는 갑자기 월세를 40만 원, 50%나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남아 법적으로는 올려주지 않아도 됐지만,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부가세 포함 19만 원 인상으로 합의했습니다.

[A 씨 / '송리단길' 소상공인 : 여기에서 계속 장사를 하려면 버틸 수가 없어요. 올려 줘야 해요.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많고요. 전화·문자·카톡 계속 오고요. 자영업자 중에 겪어 본 사람은 알아요.]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규정한 임대료 인상 상한선은 5%.

건물주가 애초 상한선의 10배나 요구했으니 대놓고 법을 무시한 셈인데, 당장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A 씨 / '송리단길' 소상공인 : 상가임대차 분쟁 조정 위원회에도 전화해 봤는데 빨리 가게를 빼라고 얘기해요. 쉽지 않아요. 가게를 함부로 옮긴다는 게 쉬운 문제 아니에요.]

특히 계약 기간이 10년을 넘으면 이후에는 건물주가 두 배든 세 배든 임대료를 올려 다시 계약서를 쓰자 해도 사실상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송리단길' 소상공인 : 보호법의 도움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16년 했으면 단골이 얼마나 많겠어요. (월세 부담 때문에) 가게 크기를 반 줄였어요.]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이렇게 강제력 없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 성격이 강합니다.

건물주가 이 '가이드 라인'을 따르지 않는다면 소상공인 즉 임차인은 민사 소송을 하거나, 분쟁 조정위원회로 갈 수 있습니다.

상가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는 서울시가 2016년부터,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적을 볼까요.

서울시 조정 처리 실적은 올해 10월까지 132건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죠.

그런데, 피신청인, 그러니까 건물주가 싫다고 하면, 아예 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된 비율, 20%에 이릅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경기도 분쟁조정위는 올해 25건 중 절반 이상이 이렇게 조정 개시도 못 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1년 전, "피신청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도록 해 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겠다." 이렇게 발표했죠.

그런데 여전히 변한 건 없습니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이 정작 그들을 위한 갈등과 분쟁 조정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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