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줄줄이 새는 개발 정보..."혈세, 투기꾼 주머니로"

[취재N팩트] 줄줄이 새는 개발 정보..."혈세, 투기꾼 주머니로"

2018.11.02.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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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이 신도시 개발계획 도면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인근도 발표 전부터 시세 차익을 노린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는 등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박광렬 기자!

이번에 유출 의혹이 제기된 곳은 어디죠?

[기자]
세종시 연서면 일대입니다.

지난 8월 31일, 스마트시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는데요.

오는 2020년까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고 사업비 1조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표 직전 몇 달 동안 토지 거래량이 급증했습니다.

실제 세종시 연서면 일대는 올해 8월까지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전체를 넘어섭니다.

또 올해 거래량 상당수는 발표 직전인 7월과 8월에 집중됐습니다.

[앵커]
실제 개발 예정지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미리 땅을 사둔 투자자들이 곳곳에 조립식 판넬로 주택을 짓고 있었는데요.

산단 개발이 확정되면 건축물 여부에 따라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개발지구 내 원주민에겐 단독주택이나 점포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이주자 택지를 제공하는데, 이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했는데요.

조립식 주택마다 거주에 필요한 비품은 거의 없는 데다 건축이 완료됐지만, 전기를 전혀 쓰지 않은 집도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아직 집주인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실거주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 : 저거 집 지어서 보상받으려고 그러지. 요새 짓는 거야. 한 달 정도 됐어요. 허가는 미리 받은 거지….]

8월 말에 산단 후보지 발표가 나고 9월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는데, 그 이전부터 땅을 사놓고 부랴부랴 건물을 올린 상황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건물을 지어 놓으면 보상금이나 이주자택지 지급비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혈세는 낭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개발지 경계 지역도 마찬가지로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발지구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개발로 인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데요.

취재진이 찾아간 한 야산은 토지 지분을 나눠 가진 소유자만 650명이 넘습니다.

인근 주민은 산단 발표 전부터 부동산 업자들이 몰렸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주민 : 서울 컨설턴트회사가 사서 세종시 15분 거리 이렇게 인터넷에…. 부산, 경상도, 제주도, 목포, 별 각지에서 다 와서….]

처음 부동산 업체에서 3만5천 원 정도에 산 땅이 지금은 13만9천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30만㎡ 수준의 땅이 다 팔리면, 업자는 90억이 넘는 차익을 얻게 됩니다.

[앵커]
지자체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세종시 측은 산단 예정지 안에 조립식 주택 등이 올라가고 있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땅이나 야산을 사놓은 것만으로는 조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겁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개발 발표 직전 땅을 사는 것과 야산 지분 쪼개기가 현행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말도 했습니다.

정황 증거는 있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자체 조사나 경찰 수사 의뢰 등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미온적인 조치가 정보 유출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 박광렬 기자는 3기 신도시 후보지의 개발 계획 도면이 유출됐다고 단독 보도했는데요.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측이 애초 언론에 해명했던 것과 다른 내용을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죠?

[기자]
유출된 개발 계획 도면은 3기 신도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추정되는 고양 원흥지구 인근 지도입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개발 도면이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됐다는 게 YTN이 제기한 의혹입니다.

결국, 핵심은 언제, 누가 유출했느냐입니다.

그런데 LH 측은 YTN 보도가 나가자 원흥지구 인근에 대한 개발 여부 논의를 이미 지난해 중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개발 가능 여부를 살펴봤던 것은 맞지만, 3기 신도시 후보로 검토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올해 3월 이전까지 관계기관과 협의가 있었다고 다른 말을 했습니다.

내부 직원에 의해서든 관계기관과의 협상 과정에서든 유출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LH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내부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출된 도면 사진을 보면 서류 더미 가운데 도면이 있는 곳을 펼쳐두고 찍은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 내부 자료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개발 도면은 대외비로 분류됐기 때문에 허가자를 제외하고는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LH 내부 회의나 관계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도면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개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을 근절할 해결책,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설계도면 작성을 위한 용역을 의뢰하고 개발 전 다양한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처벌 강화가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는데요.

도면을 유출해도 감봉 등 경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있는데 해임이나 파면과 같은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 비거주 목적 부동산에 대한 투기 행위 자체를 근절시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승섭 /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기에 대해서는 기본양도세가 아니라 징벌적 양도세를 매겨서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좀 더 철저하게 환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발표 직전 투자를 해도 보상금이나 입주권 등 이른바 '딱지'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거나, 적어도 유력한 후보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사전 지정에 투기를 막는 방안 등도 거론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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