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강제징용 가볍게 여겨...여전히 고통"

"한일협정, 강제징용 가볍게 여겨...여전히 고통"

2018.10.31. 오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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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에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맺은 한일 정부의 태도를 꾸짖는 일부 대법관들의 의견도 담겼습니다.

해방 이후 아픈 과거를 바로 잡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의미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연된 정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당시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강제징용은 침략전쟁을 위한 불법행위여서 청구권협정과 별개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한 발짝 더 나아간 보충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의 요지는 조약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라보면 다수의견 입장이 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두 대법관은 일본 기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위로했습니다.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이런 고통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협정을 체결한 것일 수 있다면서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질타했습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개인의 고통을 무시한 만큼 양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반대 의견을 낸 권순일·조재연 대법관 역시 일본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라도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지연으로 피해자 4명 가운데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일본 기업에 패소 판결이 내려지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열어 대법원에 재판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서 다뤄달라고 요구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재판을 늦추는 데 관여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김세은 / 변호사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 : 절차적으로 있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사법부에서 다시 한 번 진정한 권리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연되지 않은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2년 대법원 판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의 신고 건수만 15만 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확정판결이 나왔지만, 박근혜 정부의 뜻대로 사법부가 끌려다닌 '지연된 정의'로 역사에 남게 됐습니다.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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