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전처 살해' 40대 구속..."위치추적기에 가발까지" 치밀했던 범행

[취재N팩트] '전처 살해' 40대 구속..."위치추적기에 가발까지" 치밀했던 범행

2018.10.26.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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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피해자 차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달고 신분 위장용으로 가발까지 마련하는 등 치밀한 계획범행이었음이 드러났는데요.

무자비한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듣겠습니다. 이경국 기자!

피의자가 결국 구속됐는데요.

치밀한 계획범죄였던 사실이 드러났다고요?

[기자]
어제 전처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49살 김 모 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폭행이 상습적이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 / 피의자 : (딸과 가족들 평소에 폭행했다던데 그런 사실 있나요?)….]

[김 씨 변호인 : 네. (범행을) 많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법원은 결국,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같은 날 경찰이 추가로 조사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이번 사건이 계획범죄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피해자의 차량 범퍼 뒤쪽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달아 피해자 동선을 파악했습니다.

또, 위치추적기가 작동이 안 될까 봐 여러 차례 배터리까지 교체하는 등 대담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관계자 : (위치추적기는) 작게 나오는 책 같은 거 있잖아요. 그 정도 (크기였습니다).]

심지어 범행 당일에는 전 부인에게 들킬까 봐 가발을 쓰고 다른 사람인 것처럼 접근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사건뿐 아니라 김 씨의 가정폭력 또한 심각했다고요?

[기자]
어제 제가 직접 피해자 집에서 유가족을 만났는데요.

아버지인 김 씨의 폭행과 집착은 상습적이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숨진 이 씨는 김 씨와 결혼한 이후 숨을 거두기 전까지 악몽과도 같은 25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손찌검은 예삿일이었고, 이혼 후에도 김 씨는 불쑥불쑥 찾아와 흉기를 들이밀며 위협했습니다.

이 씨는 이름까지 바꾸며 수시로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휴대전화 번호도 10여 차례 바꿨고 연락처가 들킬까 봐 딸들과도 메신저로만 소통해야 했습니다.

유가족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 모 씨 / 피해자 딸 : 엄마는 도망자였어요. 겁이 나서 주거지도 여섯 군데 정도 옮겼었고. 이름 바꾸기 전의 삶을 버리고 살았어요. 다른 사람인 것처럼.]

폭군과도 같던 김 씨의 폭력과 집착은 세 딸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딸들은 김 씨의 말에 곧이곧대로 순응해야 했습니다.

[김 모 씨 / 피해자 딸 : 정말 가식적으로 행동했어요. 아빠 앞에서는. 왜냐면 아빠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구타당했기 때문에 최대한 저도 분노를 사지 않게….]

[앵커]
결국, 딸이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었는데, 이번에는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도 올라왔다고요?

[기자]
말씀 드렸듯 모든 걸 지켜봐 온 첫째 딸은 결국 어머니를 떠나보낸 다음 날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뜻을 같이한 사람만 10만 명을 훌쩍 넘었는데요.

딸은 청원을 통해 김 씨가 심신 미약을 이유로 무거운 처벌을 받으려 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일단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았고, 진단서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딸의 청원에 이어 이틀 전부터는 김 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도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앵커]
가정폭력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큰데, 처벌은 강력히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2016년, 흉기를 들고 찾아온 김 씨와 경찰서까지 갔지만, 무거운 처벌은 힘들다는 말에 보복이 두려워 자포자기해야 했습니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도 있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현행법상 가정폭력 사범이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해도 즉시 체포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에는 이른바 '스토킹 방지법'이 있어 명령을 어기고 주변을 배회할 경우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법은 피해자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최근 6년간 가정폭력 사범의 구속 비율은 0.8%에서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접근금지 대상자를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공포에 떨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경국 [leekk04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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