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존엄사법 시행 8개월...임종문화 바뀌고 있나

[수도권] 존엄사법 시행 8개월...임종문화 바뀌고 있나

2018.10.23. 오전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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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존엄사법 시행 8개월...임종문화 바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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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 출연자 :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지난 2008년 이른바 김 할머니 존엄사 소송 기억하시는지요. 뇌사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스스로 영면에 들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면서 소송을 냈는데요.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죠. 대법원은 김 할머니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후에 존엄사 관련법이 2016년에 통과됐고, 올해 2월 4일에 이른바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됐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는데요.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세월 우리는 존엄사를 두고서 고민이 참 많았죠.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이런 흐름을 두고서 임종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와 관련해서,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이하 허대석):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일단 연명의료라고 하면 어떤 것인지부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허대석: 주로 병원에 오셨을 때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인데요. 대표적인 게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것하고, 심장이 멎었을 때 심폐소생술, 소변이 안 나올 때 혈액 투석을 하는 것 등이 주된 연명의료가 되겠습니다.

◇ 장원석: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은가요?

◆ 허대석: 그것은 본인이 꼭 원해서라기보다는 환자 상태가 나쁘면 의료진들이 어디까지 할 건가를 정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환자나 가족들이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안 할 경우 방어적인 진료로 그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죠.

◇ 장원석: 그렇군요. 지난 2016년에 법이 통과될 때 재적 국회의원 203명 가운데 202명,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이었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마련됐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 허대석: 이 법안은 분량으로 치면 A4용지가 한 10매 정도 되는 대단히 복잡한 법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국회의원님들이 한 분 한 분 다 잘 이해하고 표결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사회 전체적으로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망하기를 원한다는 국민의 뜻이 표결을 통해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몸담고 계시는 종양내과, 거기에는 아무래도 상태가 중한 환자가 많죠?

◆ 허대석: 네, 그렇습니다.

◇ 장원석: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연명의료 선택권을 환자에게 줘야 한다고 수십 년 동안 주장하셨는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웰 다잉, 좋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 허대석: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쉽습니다. 나쁜 죽음은 어떤 모습인가. 육신의 측면에서 고통을 받으면서 죽는다. 이를테면 천안함 사태도 그렇고 세월호 때도 돌아가신 분은 돌아가셨는데 시신을 못 찾는 경우들이, 그 유족들이 더 고통스럽거든요. 그래서 사람이 죽었다는 건 서로 인정하더라도 편안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고통받는 임종은 아닌 거죠. 그러니까 바람직한 임종은 편안하게 죽는, 육신의 면에서. 또 다른 측면은 영적인 게 있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죽음을 우리가 흔히 하기를 사람이 임종을 할 때 한을 품고 죽는다. 이건 안 좋은 거죠. 우리가 오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가족관계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인간적인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을 돌아가시기 전에 풀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임종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상황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고 8개월 정도가 지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연명치료를 유보한 분들, 또 중단한 분들이 2만 명이 훨씬 넘었더라고요. 이게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허대석: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1년에 28만 명이 돌아가시거든요. 그중에 이 법을 따라가고 있는 분이, 물론 8개월에 한한 거지만 2만 명이라는 건 전체 사망자 중의 10%만 이 법을 지키고 있거나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사망하고, 나머지 80~90%는 지금 이 법을 지키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8개월 사이에 그 정도 간 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한데, 아직은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면 어떤 병원은 연명의료에 대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고, 어느 병원은 선택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누어져 있습니까?

◆ 허대석: 예,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법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는 이런 절차나 전산등록이 다 가능한데, 그건 큰 병원들이죠. 그런데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있고 전산등록을 볼 수 없는 요양병원 같은 데서는 아무리 본인이 원해도 이걸 할 수가 없게 막아놨어요.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거죠.

◇ 장원석: 오히려 요양병원이면 더욱 다른 병원보다도 윤리위원회가 먼저 구축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 허대석: 그런데 규모가 작다 보니까요. 그게 하려면 최소한 5명의 위원을 선정해서 해야 하는데 거기에 참여하는 의료진이나 인력들이 굉장히 제한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윤리위원회 구성하기가.

◇ 장원석: 그렇군요. 그래서 의료기관에 윤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존엄사 집행 자체가 되지 않고요, 현행 법적으로. 그런데 지금 병원을 전국적으로 살펴봤을 때 이런 윤리위원회 구성이 쉽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 이거죠?

◆ 허대석: 거의 95%입니다.

◇ 장원석: 굉장히 많군요. 그럼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왜 지금 윤리위원회가, 그냥 영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윤리위원회를 꾸리기가 어려운 건가요?

◆ 허대석: 그런데 대부분 나라에서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이런 걸 하는 데는 쟁점이 없기 때문에 윤리위원회의 구성을 전제로 법을 시행하진 않습니다. 그건 소형 요양병원에 있다가 쟁점이 있을 경우에는 큰 병원의, 윤리위원회가 있는 큰 병원으로 모시면 되는 거지, 모든 작은 의료기관까지 그걸 다 구성해서 이 법을 완성하겠다. 그건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접근하진 않거든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러면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것 한 번 짚어봤고요. 다시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른 연명의료 중단 여부 여쭤보겠습니다. 법이 시행된 이후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나요?

◆ 허대석: 전체 법을 따른 사람 중의 한 1/3이 본인이 작성하고, 여전히 2/3는 가족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러면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결과적으로 서명 주체가 누가 돼야 중단할 수 있는 건가요?

◆ 허대석: 원칙은 본인이 해야죠. 본인이 하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그걸 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서는 가족이 어떤 식으로 하는 걸 일부 허용하고 있는 거지, 우리나라 법은 본인이 서명하는 걸 전제로 다 짜여져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러면 만약 환자의 상태가 너무 위중해서 환자가 직접 그런 의사를 표하지 못할 경우 가족들의 합의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때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동의를 해야 하는 겁니까?

◆ 허대석: 그게 두 가지로 나눠놨는데요. 환자분이 평소에 연명의료에 대해서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면 가족 두 명의 일관된 진술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항의 자료가 없고 애매한 경우는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이게 시행될 수 있거든요.

◇ 장원석: 그런데 여러 가지 사례를 보니까요. 연락이 되지 않던 손자 손녀들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그런 고령노인들의 사례도 있더라고요.

◆ 허대석: 예. 실제 상황이 90 된 할머니가 있었는데요, 서울대학병원에. 자녀가 6명인데 60대예요. 그분들은 다 서명했는데 손주 수준으로 가니까 13명 있는데 2명이 안 된대요. 왜 안 되느냐니까 한 사람은 지금 감옥에 수감 중이고, 한 사람은 가족들하고 싸워서 연락이 안 닿는데. 그러니까 직계존비속 전체를 다 서명하게끔 지금 현행법은 돼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굉장히 많죠.

◇ 장원석: 그렇군요. 그래서 물론 생명과 관련된 법이니만큼 남용하지 않기 위해서 엄격하게 원칙을 세운 겁니다만, 이런 경우는 일정 수 이상의 가족이 동의하면 뜻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거든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허대석: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법 개정안이 1촌 범위로 줄여서 가족 동의를 제한적으로만 받아도 허용하는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 장원석: 그리고 이런 가족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환자 본인이 너무 힘들어서 의사표현을 못 한 경우, 대리인을 세우는 제도는 없습니까?

◆ 허대석: 지금 대단히 중요한 걸 지적해주셨는데요. 지금 가족구조가 막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독거노인도 많이 생기고, 평생 결혼 안 하고 독신으로 지내는 분도 많지 않습니까. 전통적인 우리 가족 간에 의해서 존비속을 따지고 하는 걸로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그걸 꼭 직계 아니라도 가족 중에서 결정할 권한을 주고 있고요. 대만은 또 그걸 더 확대해서 전체가 아니라 그중에 한 명이라도 서명하면 인정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도 그런 가족구조의 변화를 법에 실제로 담아야 이게 현장에서 작동할 걸로 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법이 시행됐습니다만 본인이 원한다고 하면 무조건 연명의료를 유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닌가요?

◆ 허대석: 그렇진 않죠. 이게 자꾸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데 내 몸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그게 항상 가능한 게 아니고, 이를테면 내 몸이니까 자살한다. 이걸 우리가 합리화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대법원 판결에도 어떤 경우에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느냐. 회생 가능성이 없고 무의미해서 고통만 가중시킬 뿐인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일관되게 환자가 주장할 때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만 자기결정권이 타당하다. 이걸 판결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고 나서 그 법이 통과될 때, 앞서 국회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잠깐 제기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없습니까?

◆ 허대석: 법 전체 말씀이죠?

◇ 장원석: 예. 오히려 법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일부 당사자들은 더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례를 들어서요.

◆ 허대석: 예. 대표적인 걸 하나 들면 정부에서 공익광고로도 그걸 많이 하고 있는데,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쓰시면 고통 없이 마무리할 수 있다고 홍보를 많이 하죠. 그런데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아무리 써놔도 그분이 나중에 임종이 임박해서 큰 병원을 가면 그 서류를 전산에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작은 병원, 집 근처 요양병원 작은 병원을 가면 전산상에 그 환자분이 작성했다는 서류조차도 볼 수 없게 만들어놨거든요. 이것은 뭔가 정부가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봅니다.

◇ 장원석: 그러면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시행 8개월쯤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고쳐져야 할 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 허대석: 지금 우리 현재에 있는 법은 굉장히 이게 오·남용될까 봐 까다롭게 해놓은 거죠. 그러니까 오·남용 위험이 없어진 점은 좋은데 대신에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는 너무도 어려운 복잡한 서식이나 전산 등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료현장에서 그게 어려우니까 결국 그 손해가 환자나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진료현장에 맞게끔 서식이라든지 전산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허대석: 감사합니다.

◇ 장원석: 시행 8개월이 지난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해서,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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