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어린이집총연합회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취재N팩트] 어린이집총연합회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2018.10.19.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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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불법 정치 후원금을 건넸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연합회 측의 후원금 모금 과정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사건 취재한 김태민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듣겠습니다. 김태민 기자!

우선 사건 개요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네 시기는 5년 전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산하 국공립분과위원회에서는 대국회 활동자금을 모은다며 지역마다 돈을 걷었습니다.

시,군,구 별로 10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700만 원을 모은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실제로는 약 4,500만 원 정도가 모금계좌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돈은 다시 국회의원들의 후원 계좌로 흘러가는데 단체 명의가 아닌 돈을 낸 국공립어린이집 원장들의 개인 후원금 명목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돈이 불법 정치 후원금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모금을 주도한 당시 국공립분과위원장, 김용희 현 어린이집총연합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후원금 제공이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정치자금법을 보면, 우리나라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정 단체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정치권에 로비활동을 벌이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단체에 속한 개인은 자기 의지에 따라 정치 후원금을 낼 수 있는데요, 경찰은 연합회가 이 점을 이용한 걸로 본 겁니다.

소속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후원을 독려하고 이렇게 모은 돈을 단체 이익과 연관된 정치권에 전달했다면 그 자체로 위법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김용희 연합회장은 이 돈이 개인 의지에 따라 낸 후원금일 뿐으로 단체는 중간 전달 역할만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용희 회장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김용희 /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 : 정말 중간 역할만 한 거예요. 저희가 그 (후원) 리스트를 걷어서 "의원님, 저희가 후원도 많이 이렇게 해드렸어요." 찾아가서 인사하고 말하면 좋잖아요. 우리 현안 얘기하기도 좋고, 보육 얘기하기도 좋고.]

하지만 김 회장의 말처럼 후원자 명단을 가지고 의원실을 직접 찾아다니기까지 했다면, 단순 전달자 역할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부분이 많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린이집연합회가 후원금을 제공하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특별한 필요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3년엔 원아 학대와 보조금 횡령 등 어린이집 관련 비리가 잇따랐습니다.

어린이집 설립이나 운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된 상황이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어린이집총연합회 역시 똘똘 뭉쳤는데요,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은 통과시키고 불리한 법안은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정황은 자체적으로 만든 의견서를 보면 잘 나와 있는데 특정 법안에 대해서는 '죽음의 법'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국 어린이집원장들을 상대로 사비까지 동원해 대국회 활동을 벌여야 한다며 후원금 납부를 독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모은 돈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에게 건네졌는데, 명목은 후원금이지만 실제로는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큰 대목입니다.

[앵커]
또 다른 의혹도 있다면서요. 지난해에 연합회 공금에서 나온 금품도 문제가 있다고요?

[기자]
네 연합회 측은 지난해 자체감사를 벌였는데 여기서 수상한 집행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우선 백화점 상품권 구매에 쓰인 500만 원입니다.

감사 결과, 이 상품권은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 20여 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무런 대가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금품을 제공하는 건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김용희 회장이 기관운영비라며 가져간 현금 450만 원 역시 그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데, 경찰은 이 돈 역시 정치권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엥커]
그렇다면 앞으로 경찰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게 되나요?

[기자]
네 일단 현재까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건 김용희 연합회장 1명입니다.

경찰은 연합회 측에서 건넨 돈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지역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걷은 돈을 자발적인 개인 후원금으로 볼 것인지, 조직적으로 모은 연합회의 공공 자금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돈을 낸 원장들과 지역에서 돈을 걷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후원금을 건네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로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경찰은 이런 후원금 모금과 정치권 전달이 연합회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반복되어 온 건 아닌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정황이 발견될 경우, 전직 회장들과 관계자 역시 수사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만큼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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