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방지망 없는데도 '적합'...총체적 부실

인화 방지망 없는데도 '적합'...총체적 부실

2018.10.16. 오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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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 앵커
■ 출연 : 이정미 / 기획이슈팀 기자

[앵커]
지난 7일 폭발 화재가 난 고양 저유소 일부 기름탱크에 인화 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전 관리와 점검, 보안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취재를 담당한 기획이슈팀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정미 기자 나왔습니다.

인화 방지망이 없었다, 사실입니까?

[기자]
네 사실입니다.

저희 기획이슈팀에서는 고양 저유소 환기구의 사진을 입수할 당시부터 이런 의심을 가졌는데요.

화면 함께 보겠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사진입니다. 인화 방지망은 이렇게 저유소 환기구의 바깥쪽에 모기장처럼 붙어있습니다.

찢기고 뜯기긴 했지만 붙어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확보한 일부 사진에서는 이 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사진을 비교하면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한쪽 사진에는 망이 있는데, 다른 쪽에는 없죠.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이창우 / 숭실사이버대 교수 : 없어 보여요. 없어요. 굵은 것만 있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인화 방지망 고운 게 하나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은 거라니까요.]

[앵커]
인화 방지망이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기자]
밖에 불이 났을 경우, 화염을 쪼개고 온도를 낮춰 내부 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큰 불까지 완벽히 차단하는 건 아니라지만 폭발을 막아주는 장치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인화 방지망이 없다는 거군요.

그런데 사진을 입수해서 이런 의심을 갖게 됐는데, 보도를 즉시 하지는 않았어요. 추가 취재를 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유소에 대한 소방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확보를 해봤더니, 인화 방지망이 없는 게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이 저희가 확보한 사진 속 탱크의 소방점검 결과입니다.

이 탱크는 2013년에 점검했는데, 인화 방지망이 없는 것으로 돼있죠.

하지만 점검 결과는 적합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이유를 물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권은희 / 바른미래당 의원 : (미설치 부분 확인됐습니다.) 확인됐는데 이에 대한 검사필증을 보면 이 탱크에 대해서 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권순경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 : 내용을 사용자인 대한송유관공사에 시정을 통보를 했습니다.]

[앵커]
적합 판정은 했지만 시정 통보를 했다, 이런 설명인데, 화재 이후 촬영한 사진에서도 인화 방지망은 없었잖아요?

그럼 시정 통보가 반영이 안 된 겁니까?

[기자]
네, 일단 그렇게 보입니다.

저희가 확보한 사진이 화재 이후에 촬영한 것인데 거기에도 없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소방검사를 보면 지적 사항이 있을 경우 일단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가, 보완이 된 것을 확인하고 적합 판정을 내리거든요.

때문에 적합 판정을 내린 게 적절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소방 점검에서는 인화 방지망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됐잖아요?

[기자]
네, 항목에는 인화 방지망이 있는지만 확인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물 안전관리 세부기준을 보면 소방산업기술원장이 추가 항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추가할 수 있습니다.

2004년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두 차례만 추가가 됐는데, 인화 방지망이나 이번 화재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중간 지붕 '플로팅 루프' 항목은 여전히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관리와 점검 모두 부실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소방산업기술원은 관련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도 부실했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이 허술한 부분도 포착이 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 화재에서 풍등이 불씨를 제공했다는 것을 밝혀낸 것, 바로 CCTV였습니다.

YTN 기획이슈팀이 저유소의 CCTV 현황을 조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보안시설인 CCTV 위치가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돼 있었습니다.

저유량이 많아 유일하게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돼있는 판교 저유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 이게 과연 공개가 가능한 걸까 궁금하시죠.

송유관 공사의 입장 물었는데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공개할 수도 없는 CCTV 정보를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겁니다.

2016년 CCTV 시설 입찰을 위해 올려놓았던 걸 지우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국가 에너지시설, 특히 정유시설은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풍등 하나였지만, 이런 식의 허술한 관리와 점검이 계속된다면 제2의 화재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앵커]
예,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 이정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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