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고위판사에 솜방망이 징계

'재판 개입' 고위판사에 솜방망이 징계

2018.10.12. 오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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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사법부 시절, 고위 법관이 야구선수 원정도박 재판에 개입하려던 정황이 드러나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서면으로 훈계하는 낮은 처분에 해당하는데, 이 판사는 사회적 비난을 예방하기 위해 조언했을 뿐이라며 징계 결정에 불복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신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5년 말, 프로 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는 수천만 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듬해 검찰은 별도 재판 절차 없이 각각 7백만 원의 벌금을 내려달라며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천만 원씩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이었던 임성근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담당 재판부가 정식 재판에 넘기려 하자, 임 부장판사가 법원 직원에게 결정문 송달을 미루도록 지시하고, 담당 판사에게 직접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말한 겁니다.

재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서면 훈계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임 부장판사는 이에 불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벌금 천만 원은 '단순도박' 혐의의 경우 가장 무거운 형이었다며, 정식 재판으로 수개월을 소모해 유명 선수의 미국진출을 막았다는 괜한 비판을 받게 될까 봐 해준 조언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와 별개로 임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영장전담 판사를 통해 검찰의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고위 법관이 재판 개입 정황으로 첫 징계를 받게 됐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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