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USB 사실상 자진 제출...초유의 대법원장 압수수색

양승태 USB 사실상 자진 제출...초유의 대법원장 압수수색

2018.10.02.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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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차량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전직 최고위층 법관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사상초유의 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USB도 확보했습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양일혁 기자!

검찰이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에서 이동식저장장치, USB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분석이 한창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검찰은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USB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장장치 안에 든 파일의 내용은 무엇인지, 삭제된 데이터는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검찰은 그제죠, 지난달 30일 전직 대법관 3명을 비롯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이동식저장장치, USB 2개를 확보했습니다.

양 전 원장이 퇴임 때 가지고 나온 것인데, 자택 서재에 보관 중이었습니다.

검찰은 손에 넣은 USB 2개를 바탕으로 사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법농단 수사 초기에 검찰이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는 재판거래 의혹이 담긴 문건 수천 건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USB도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나 '스모킹건'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는 이른바 '스모킹건' 역할을 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과 전교조 관련 재판거래나 판사사찰 의혹이 담긴 문건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사법농단 실체를 규명하는 발판이 됐기 때문인데요,

이런 점으로 비춰볼 때 양승태 전 원장이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꼽히는 만큼, 검찰이 확보한 USB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합니다.

우선, 해당 USB는 검찰이 발견한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시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USB의 존재에 대해 먼저 언급해 검찰이 사실상 임의제출을 받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대목인데요,

만약, 양 전 원장의 핵심 의혹을 규명할 만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자진해서 USB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겠죠.

강제수사에 대비해 혐의와 관련된 문건 등은 이미 없애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 관계자 역시 "대법원장이라는 위치로 볼 때 본인이 직접 작성한 문건이 담겨있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USB를 제출했으니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만하라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오히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직 대법관 3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던데 그건 무슨 뜻인가요?

[기자]
법원은 그동안 사법농단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이 기각해 왔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죄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장 발부로 법원 역시 전직 대법관들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법원의 이런 태도 변화의 바탕에는 석 달 동안의 수사로 쌓인 증거들이 있는데요,

검찰은 이번 영장을 청구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고영한, 박병대, 차한성 전 대법관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직접 보고받거나 지시한 물적 증거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사법농단 수사에서 유죄가 입증될 수준이 아니면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며,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게 양 전 원장의 USB를 검찰이 압수수색 한 것을 두고 위법성 논란도 있던데, 이건 어떤 얘기인가요?

[기자]
원래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차량만 인정하고 주거지에 대해서는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USB가 발견된 곳은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이 아니라 자택 서재였는데요,

이 때문에 영장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맞지만, 필요한 자료가 다른 곳에 보관된 사실이 확인되면 그 장소도 압수수색 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아 놨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영장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압수수색 당시 양 전 대법원장도 현장에 있던 변호인과 통화해 USB 제출에 동의했다고 검찰은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직 대법관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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