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위해 모든 것 동원"...사실로 밝혀진 노조 와해 작업

"무노조 위해 모든 것 동원"...사실로 밝혀진 노조 와해 작업

2018.09.28.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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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무노조 경영 원칙이 존재했습니다.

그동안 삼성이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2013년 심상정 의원은 삼성이 노조 탄압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당시의 과정을 심상정 의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심상정 / 정의당 의원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4/4) : 그렇죠. 이게 삼성그룹 회장단하고 계열사 임직원들 상대로 한 고위급 자료거든요. 한마디로 말하면 무노조, 완전 범죄 계획서 같은 거예요. 사실은 삼성에서 부인할 방법이 없었던 건데, 처음에는 그랬어요. 이게 자기네 내부 문건이다. 건전한 조직문화를 위한 내부문건이다. 건전한 조직문화란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조직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워크샵 자료다. 이렇게 얘기했다가 일주일 만에 뒤집었어요.]

이렇게 사라질 뻔했는데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로 삼성을 압수수색 하다 노조 와해 문건 6,000여 건을 발견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어제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이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평정 기자가 정리합니다.

검찰은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의 정점으로 그룹 미래전략실을 지목했습니다.

미래전략실의 인사지원팀이 컨트롤 타워 역할로 노조와해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 차례로 전달돼 실행됐다고 결론 낸 것입니다.

[김수현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장 :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룹 차원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주도하여 노사전략을 총괄기획 해왔고….]

앞서 검찰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그룹 차원에서 '그린화 전략'이란 이름의 노조와해 공작이 벌어진 정황을 잡고 수사해 왔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거나 노조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사찰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또 노조탄압 과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 염호석 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지 않게 하려고 삼성 측이 부친에게 6억8천만 원을 대가로 건넨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외부세력인 경총과 경찰을 끌어들여 노사교섭을 지연하거나 회사 측에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은 삼성이 힘과 정보의 우위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전사적 역량을 동원한 조직범죄'를 저질렀다고 노조와해 공작을 규정했습니다.

검찰은 '삼성 2인자'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 등 28명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전직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인 목 모 씨 등 4명은 구속기소 했습니다.

검찰은 현재 에버랜드의 노조방해 의혹도 수사하고 있어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도 관련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 것일까요?

공개된 문건에는 "악성 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흔들림 없도록 비노조 DNA를 체화시켜야 한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병균을 막듯 노조를 차단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거나, '심성 관리'라는 이름으로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해 노조를 탈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개인의 채무, 재산관계, 임신 여부까지 사찰했습니다.

충격적인 부분은 더 있습니다.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씨 장례식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것인데요.

당시 유서대로 진행하던 노조장이 갑자기 가족장으로 바뀌었고, 사망 하루 만에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 노조와 대립하며 '시신 탈취' 논란도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 임원이 고 염호석 씨의 부친에게 접근해 현금 6억여 원, 브로커에게도 수천만 원을 건넨 뒤 시신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 와해를 위해 진행한 모든 과정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김수현 /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 : 삼성전자 내에 노조세력이 우회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에 대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노조 와해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검찰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추가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노조와해 사건을 지휘했다고 봤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개입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고용노동부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2013년 삼성전자 서비스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면서, 일선 감독관들의 의견과 다르게 삼성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 부분들이 추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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