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폭 피해 73년,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인 원폭 피해 73년, 끝나지 않은 전쟁

2018.08.31. 오전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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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엄청난 수의 사람이 숨지거나 방사능에 노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이 가운데는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인들도 많았습니다.

생존자 중 상당수가 귀국했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냉대 속에 생을 마감했고, 원인도 모르는 질병에 시달리던 적지 않은 수의 2세, 3세는 별다른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분선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 뭐가 펑 그러면서 소리가 막 팍 나더라 깜짝 놀라서 밖에 나가 보니까 막 뿌옇게 이렇게 올라오데.]

[이재석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 오렌지색 빛이 막 나더니 캄캄하니 꽝 그러는데" 이게 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캄캄하거든. 천지가.]

[백두이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 조그만 집은 그냥 바람 쓸어 놓은 것처럼 딱 두 개만 섰지 싹 쓰러지고 아무것도 없어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당시 핵에 노출된 한국인은 전체 피해자의 10%인 7만여 명.

먹고 살기 위해 떠밀리듯 일본으로 갔다가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수만 명은 피폭의 고통을 안은 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사회적 냉대와 정부의 무관심.

[이규열 /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 고국에 오니까 막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피부를 보니까 일가친척도 반가워하지 않는 거예요. 다 외면하고 무슨 전염병인가 싶어서 외면하고 이래서 사실은 삶의 터전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또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지난 2016년에야 비로소 국내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져 지원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실질적 업무를 할 사무국이 없는 데다 실태조사 배정 예산도 턱없이 적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전진성 /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 그런 걸 만들면 좋다 정도의 수준이지 너무 구체적인 게 없어서 사람으로 비교하면 살이 없고 뼈대만 있는 거죠.]

이렇다 보니 특히나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 암 등의 발병률이 높게는 일반인의 90배에 달하는 원폭 피해자 자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달 들어서야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통과까지는 또 적지 않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김상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4일) : 원폭 피해자 범위에 2세에서 3세의 후손들을 포함했습니다." "원폭의 경우에는 2세, 3세까지 이 후유증이 대를 이어서 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 밤 9시 15분 국민신문고에서는 숨죽이고 살아왔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을 집중 조명합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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