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이메일로 입장문 보내...직접 사과 없나?

미국서 이메일로 입장문 보내...직접 사과 없나?

2018.08.29. 오전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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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대경 /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손정혜 / 변호사

[앵커]
최근에 욕설 파문으로 논란을 빚은 대웅제약의 윤재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파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녹취록의 내용 다시 한 번 음성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윤재승 / 대웅제약 회장 :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 야. 이 XX야. 왜 그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 이거 되고 안 되고를 왜 네가 XX이야.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이랑 일하는 거 같아. 아, 이 XX. 미친X이야. 가끔 보면 미친X 같아. 나 정말 너 정신병자랑 일하는 거 같아서.]

[앵커]
이 녹취가 공개가 되면서 재벌들의 갑질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이런 입장문은 발표를 했는데 직접 나서서 사과한 적이 있었던가요?

[인터뷰]
본인이 직접 사과문을 내거나 한 건 아닙니다. 언론을 대상으로 자기의 입장을 밝히고 물러난 그런 것이 아니고 이런 걸 회사를 통해서 발표를 했기 때문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 거냐, 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런 게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제일 중요한 것이 조속한 사과를 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히고 다시 이런 일이 없겠다 하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그리고 회사에서는 그걸 시스템상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이런 제도를 마련하고 이런 것들이 신속하고 그리고 실질적인 내용이 있게 알려져야만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런 게 미흡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하지도 않고 돌연 미국으로 떠나버려서 더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이런 논란에 대해서 대웅제약 측은 과연 어떤 입장인지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또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성중 / 대웅제약 홍보팀장(윤재승 회장 입장 대독) : 업무 회의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돼서 그랬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상황이 기억나지 않지만, 문제 제기하시는 분들이 거짓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제(윤재승 회장) 잘못 인정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드리겠다.]

[대웅제약 관계자 : 사임하면 (사내) 메일 발송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결재나 이런 걸 하려면 시스템을 통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겁니다.]

[앵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사과를 한다, 이런 표현을 쓰다 보니까 진정성도 안 느껴지고요. 더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거기다가 예전에 대한항공 사례를 보더라도 뒤늦은 사과를 하다 보면 오히려 더 논란이 커지지 않습니까?

[인터뷰]
일단은 사과의 진정성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그리고 지금 대표이사 등기임원 자리에서 모두 다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임하고 나서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여러 가지 무서운 비판의 여론만 잠시 피하기 위해서 미국행을 한 것이 아니냐. 일일이 직원들에 좀 더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과거 상처받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울러줘야 되는데 사과문, 입장문 발표하고 미국에 가서 후속처리가 부족하다 보니 예를 들면 진정어린 사과라는 건 그렇습니다.

지금 일부 사실을 인정했는데 대부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직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적절한 보상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해야 되고요. 회사의 경영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징계하기 어려워서 사임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지금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겠다라고 하지만 나중에 또 다시 복귀했을 때, 복귀했을 때 또다시 이런 폭언 문제가 없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한 대책을 내세워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는 것이고요.

왜냐하면 예전에 조현아 전 전무의 사건 때도 집행유예 기간 중에 계열사로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뭐냐하면 지금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에서 사임하더라도 대주주입니다. 지배체제가 아주 확고하게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러면 이런 비판의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경영권에 복귀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 혹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직원들한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 때문에 지금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은 내가 당한 피해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형사처벌을 구한다거나 민사적인 배상책임을 구하는 행동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좀 더 진솔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있다고 제기되고 있고요.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른 사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과는 빨랐습니다. 그리고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는 것도 좀 빨랐는데요. 국민들은 이게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라서 조금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무에 이어서 또다시 이런 일이 불거지면서 더 분노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정부에서도 보건복지부 같은 경우에는 만약에 윤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러면 정부 지원을 끊겠다. 지금 혁신형 제약기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정부 지원까지 중단할 수 있다,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이런 입장인데 형사처벌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윤재성 회장의 사건 같은 경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일단은 폭언 정도가 문제가 되고 폭력이라든가 과거에 봤던 것처럼 상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단순한 욕설 저것도는 우리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것은 직원이 직접 고소해야 됩니다. 친고죄이고요. 현재까지 고소 의사를 밝히고 있는 직원들도 없을뿐더러 또 그 증거가 있느냐. 그런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상해죄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폭언에 노출돼서 정신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든가 우울증이 야기됐으면 그거는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판례는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려면 굉장히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야 되고 또 피해자인 직원이 강력한 처벌 의사가 동반이 돼야 되는데 우리가 재벌 갑질 사건을 다수를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피해 직원들이 익명으로 처음에는 제보를 합니다. 그리고 다수의 힘으로 형사처벌까지, 고소까지 하는 분들도 있는데 수사를 하고 재판 과정에서 처벌 의지가 굉장히 약해집니다.

특히 합의를 하거나 용서를 받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아지는데요. 이런 폭력이나 상해 사건은 피해자가 용서하면 벌금형, 집행유예에 불과하고 심지어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전례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형사처벌까지는 굉장히 난관이 많고 일각에서는 윤재승 회장이 예전에 법조인 출신으로 전직 검사이죠. 처벌받지 않을 수준의 폭언 정도만 했을 것이다, 이렇게 추정하고는 있는데 공소시효 문제 또 처벌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는 직원들이 별로 없다는 문제. 이런 점들 때문에 형사처벌은 좀 어려울 수도 있고요.

결국은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이렇게 가학행위를 하거나 폭행이나 폭언을 했을 때 형사처벌을 일반형법으로 적용할 것이냐, 조금 더 다른 규제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이런 걸 통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런 재벌들의 욕설 그리고 폭언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는 부분이 참 씁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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