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분노·혐오 넘나드는 여성시위

"아슬아슬"...분노·혐오 넘나드는 여성시위

2018.07.12. 오전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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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여성들의 성난 시위가 주최 측 추산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를 불려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뒤떨어진 여성 인권을 외치고 있지만, 과도한 혐오와 조롱으로 '도를 넘었다'는 거센 비판도 제기됩니다.

박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홍익대 미술 수업에서 남성 동료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고 퍼뜨린 혐의로 20대 여성이 구속됐습니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다며, 여성들은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동일범죄, 동일수사'를 내건 이들은 첫 집회부터 만 명 넘게 모이더니 지난주 3차 집회에서는 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며 웃옷을 벗고, '탈 코르셋'을 선언하는 등 올 초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에 이어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사실상 처음으로 시작된 겁니다.

[장유진 / 부천 소사동 : (여성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 벽이 있기 때문에 그걸 덮기보다는 말로 집회로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집회에 '불편한 용기'라는 이름이 붙고, 행동강령까지 만들며 조직이 모양새를 갖춰가면서 극단적인 남성 혐오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홍대 몰카 수사가 편파가 아니라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목숨을 끊으라'는 극단적인 말을 외친 게 대표적입니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석이 가능하고,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를 조롱하듯 외치는 모습에 극우사이트 '일베'의 여성 버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회 성격을 놓고 '도를 넘었다'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박경미 /인천 서창동 :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변질돼 가는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서 혐오적인 말은 조금 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편 가르기'보다는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윤김지영 /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 (표현보다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대책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사회적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성 평등 구현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남성혐오로 오인될 수 있는 구호를 사용하고 생물학적 남성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전략은 운동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성 인권 문제 한뜻으로 수만 명이 모인 만큼, 혐오와 조롱을 넘어, 대다수의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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