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무력화하고 비판 판사에 "선동 이미지 낙인"

소모임 무력화하고 비판 판사에 "선동 이미지 낙인"

2018.06.05.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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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서 중에는 특정 연구회 소모임의 동향을 파악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발견됐습니다.

사법행정권에 문제를 제기하는 판사들에 대해 '독선적', '감성적'이라는 부정적 낙인을 찍으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신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파일입니다.

법원 내 국제인권법 연구회가 진보 성향 판사로 구성됐다며, 대법원과 다른 의견을 외부로 표출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서에서는 해당 연구회의 소모임에 대해 '사법행정에 간섭하려고 판사회의를 이용하려는 조직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법원장이 의견 수렴을 주도하는 등 소통 이미지를 선점해 판사 회의의 모든 과정에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식 판사회의를 통한 의사결정만이 '민주적'이고, 다른 시도는 '비민주적'이라는 프레임을 역으로 이용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판사들에 '선동적'이거나 '감정적' '독선적' 이미지를 낙인찍으려는 시도도 파악됐습니다.

비판 성향 판사들로 구성된 소모임에 누가 언제 모여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세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승진을 포기한 판사, 이른바 '승포판'을 문제 법관으로 규정하고 평소 근무태도를 감시하려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처리율만 신경 쓰고 실제 판결문 작성이나 재판 진행에는 소홀한 판사들을 별도 감독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보고서에는 이들의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 외 인터넷 시간, 판결문 개수와 분량까지 '빅데이터'로 활용해 강도 높은 감찰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판사 동향을 파악하고 감찰 방안까지 모색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을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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