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상고법원 얻으려고 판결 거래?

[취재N팩트] 상고법원 얻으려고 판결 거래?

2018.05.28.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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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권에 유리하게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지만, 대답을 거부해 강제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평정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대법원이 자체조사한 결과죠. 상고법원 도입이란 숙원사업을 위해 재판에도 개입하려 했다고요?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3차 조사 결과입니다.

특별조사단은 몇 가지 문건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2015년 7월 27일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자료', 7월 28일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7월 31일 작성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등입니다.

문건들이 작성된 지 일주일 뒤에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는데요.

문건에 나온 정권 입맛에 맞는 재판결과들을 들며 상고법원 설치에 힘써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다분합니다.

짧게 설명해 드리면 상고법원은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를 덜기 위해 공익상 중요하거나 법 적용의 통일성이 필요한 사건이 아닌 상고심은 대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을 만들어 맡기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숙원사업입니다.

[앵커]
문건 중에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라는 표현이 무척 충격적인데요. 사법부의 독립,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당시 정부 입맛에 맞는 재판 결과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이번이 3차 조사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기존 2차 조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된 사례가 있었고요.

여기에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주며 대법원이 파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효력정지 판결,

정부와 재계에 유리했던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되 소급 적용하지 않는 통상임금 관련 판결 등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KTX 승무원, 철도노조 파업, 이석기 내란선동죄 등이 '협력 사례'로 문건에 언급됐는데,

이들 모두 실제로 정부와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특별조사단은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사법행정이 관여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앵커]
실제로 관여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저런 문건을 작성할 정도면 문건에만 그치지 않았을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할 텐데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진술도 필요할 것 같은데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했다고요?

[기자]
특별조사단 조사에는 재판 개입 정황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판사들 뒷조사까지 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재판 개입과 판사 사찰 의혹 모두 제대로 확인하려면 당시 법원의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진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4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관련 질문을 했지만, 양 대법원장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달 들어 24일에도 다시 한 번 질문했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이 해외로 출국한 상태라 또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 대법원장을 상대로 다시 조사하거나, 검찰 고발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강제로 수사할 방법이 지금 상태론 없어 보이니까 이런 요구가 나오는 것일 텐데요. 검찰 수사가 들어갈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단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수사 의뢰 같은 후속조치는 아직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도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기존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가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별조사단이 법관 동의나 영장 없이 컴퓨터를 열람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다가,

올해 1월 참여연대 등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재직했던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불법사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번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법원행정처의 뒷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판사가 고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검찰 수사 가능성에 더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검찰은 일단 사건 추이를 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대법원 수뇌부의 의지도 중요할 텐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늘 출근하면서 "여러 의견을 모아서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며 검찰 수사 의뢰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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