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 폐 이식 국내 첫 성공 "이제 숨차지 않아요"

살아있는 사람 폐 이식 국내 첫 성공 "이제 숨차지 않아요"

2017.11.19. 오전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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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폐 기능을 거의 잃은 딸이 부모의 폐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뇌사자의 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받은 국내 첫 사례인데 폐 이식을 기다리는 300여 명의 말기 폐 부전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부모님 손을 잡고 병동을 거니는 20살 오화진 씨.

평범한 일상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진 씨에게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폐가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제대로 걷기 힘들었고 지난해에는 심정지까지 올 정도로 건강이 나빴기 때문입니다.

[오화진 / 폐 이식 수술 환자 : 수술 전에는 한 걸음 두 걸음에도 숨차고 그랬는데 수술 후에는 숨도 안 차고 몸이 홀가분해졌어요.]

화진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폐 일부를 받는 생체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기능이 거의 떨어진 화진 씨의 폐를 모두 제거하고 아버지 폐의 오른쪽 아랫부분과 어머니 폐의 왼쪽 아랫부분을 이식받은 겁니다.

[김해영 / 어머니 : 많이 회복되고 나니까 대학도 새로 가고 대학생활도 하고 또 하고 싶은 일 하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번 수술은 엄밀하게 보면 불법입니다.

현행 장기이식법에는 뇌사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진 씨는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 알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고 의료진은 수차례 긴급회의를 연 끝에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정부도 장기이식 윤리위원회를 열어 사실상 수술을 허용했습니다.

[박승일 /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 뇌사자의 폐 기증만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많은 분에게 치료의 새로운 선택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고.]

생체 폐 이식 수술은 지난 1993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400건 이상 시행됐고 일본도 매년 10건 이상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폐 이식을 기다리는 말기 폐 부전 환자는 모두 300여 명.

이번 수술이 장기이식법 개정으로 이어져 합법화되면 기약 없이 뇌사자의 폐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YTN 임상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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