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살해' 주범이 공범보다 구형 적은 이유

'초등생 살해' 주범이 공범보다 구형 적은 이유

2017.08.30.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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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초등생 사건'의 두 10대 소녀에게 검찰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습니다.

주범은 징역 20년, 공범에게는 무기징역이 구형됐습니다.

어제 결심공판장에 들어갔던 취재기자 연결해 내용 알아보죠, 조은지 기자!

두 소녀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습니다, 예상대로죠? 평가 어떻습니까?

[기자]
두 소녀 아직 10대입니다.

소년법 적용 대상인 만 19세 미만에게 징역 20년이나 무기징역 등 중형을 구형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입니다.

일반 성인들의 형법과 달리 소년법은 부정기형, 그러니까 교화할 목적으로 장기, 단기로 나뉘어 징역을 선고받는 게 보통입니다.

검찰이 유기징역을 구형했다면 장기 15년, 단기 7년이 최고인데, 검찰은 이를 넘어 무기징역을 불렀습니다.

다만, 만 18세 미만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서 주범 김 양은 법정 최고형량인 징역 20년이 구형됐습니다.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함께 구형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시신을 보며 좋아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할 때 부모는 아이를 찾아서 온 동네를 헤맸다며, 아이가 죽어 부모의 삶도 죽었다고 했는데요.

냉철하게 두 소녀를 몰아치던 검사도 구형을 앞두고는 잠시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여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중형을 불렀다는 법조계 평가와 별개로, 공분을 일으킨 엽기적인 사건인 만큼, 대중은 당연하다는 반응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실제 어제 재판장에서도 검찰이 무기징역을 부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앵커]
나이 때문에 소년법 적용 조항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범행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공범 구형이 더 높아요. 받아들여질까요?

[기자]
검찰은 이번 살인의 목적, 이유가, 바로 공범 박 양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웃의 초등학생을 대낮에 유괴·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신체 일부를 주고받은 범죄, 이게 벌어진 이유가, 박 양이 신체 일부를 가지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부추겨 연인관계였던 주범 김 양이 행동한 것이라고 검찰은 봤습니다.

어제 법정에서는 김 양이 다른 친구와 박 양에 대해 고민 상담한 메시지가 일부 공개됐는데요,

정신적으로 자꾸 안 좋은 쪽으로 내몬다, 전과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약간 꼭지가 돈 관찰자처럼 내가 실험대상이 되는 느낌이다, 이런 내용을 보냈습니다.

공범 박 양이 주범 김 양의 범행을 부추겼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돼 실제로도 수차례 만난 두 소녀는 범행 며칠 전, 관계가 깊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왜 범행을 부추긴 건가요? 이유도 나왔나요?

[기자]
박 양이 사람을 죽인 후에, 시신 일부를 가져오라고 시켰다는 게 김 양의 주장입니다.

어제 현장에서 듣고도 귀를 의심했습니다만, 본인이 먹을 테니 달라고 했다고 말도 했습니다.

증인석의 김 양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방청석에서도, 또 재판부에서도 이 부분에서는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김 양은, 절친한 관계인 박 양과 관계가 틀어지거나 단절되는 게 두려웠고, 인터넷에 완전범죄, 도축, 뼛가루 등을 검색하며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어른스럽게 변장을 하고, 인근 학원과 아파트 옥상 등에 CCTV가 있는지 살피는 등 범행과 시신 유기 장소를 꼼꼼하게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소녀는 범행 당일에만 9차례 통화했고, 이후 직접 만나 시신 일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앵커]
박 양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건가요?

[기자]
최후 진술에서 박 양은 시신 유기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두 소녀가 처음 알게 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하는 '역할극'인 줄 알았다며, 선처해주면 평생 사죄하고 살겠다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변호인단 역시, 살인을 공모했다는 증거는 오직 김 양의 진술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의 목적이 논리·필연적으로 박 양이며, 시신을 확인하고도 잘했다고 칭찬하고 태연히 놀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양은 앞서, 건네받은 시신 일부가 모형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는데, 김 양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종이봉투 안에 까만 비닐봉지를 넣어 두 번 매듭을 묶었고, 그 안에 투명한 봉투와 또 작은 약병에 시신 일부를 넣었는데, 절대 모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네요. 선고가 언제죠?

[기자]
다음 달 22일 오후 2시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공범 박 양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양형에 따라 항소 여부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박 양은 올해 12월 생일이 지나면 만 19세가 돼 소년법 대상자가 아니라 고심이 더 깊을 예정입니다.

어제 두 소녀의 결심공판, 무려 4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탄식과 눈물, 비장함과 숙연함 등 공기조차 무거웠습니다.

피고인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본 건 저도 어제가 처음이었는데요.

여느 10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앳된 모습에 놀랐고, 또 영리한 모습에 두 번 놀랐습니다.

특히 주범 김 양은 구사하는 단어가 또래에 비해 품격있었고, 진술 흐름이나 질문 취지도 영리하게 잘 파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본인에게 마음을 열고 잘해준 사람이 박 양뿐이라 특별했고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3월 29일 사건 이후 벌써 다섯 달, 법정 최고형을 부른 검찰의 뜻을 재판부가 얼마나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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