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일부 대학병원, 간호사가 임의 처방 의혹

[취재N팩트] 일부 대학병원, 간호사가 임의 처방 의혹

2017.08.07.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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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과 지방의 일부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환자들의 처방을 떠넘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간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임의로 환자들의 약을 처방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봅니다. 양시창 기자!

대리 처방 의혹이 불거진 병원이 어디죠?

[기자]
먼저 의혹이 제기된 곳은 천안에 있는 순천향대학교 병원입니다.

천안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병동 간호사들이 의사 대신 입원 환자들의 약을 임의로 처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화면에도 나가는 것처럼, 지금 내부망에 처방전을 입력하는 창을 띄워두고 관련 항목을 표시하는 손길이 분주한데요.

약을 처방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닌 병동 간호사입니다.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대신 약을 처방하는 겁니다.

병원 간호사들은 의사를 대신해 임의로 약을 처방하는 일이 2년 정도 전부터 심해졌고, 지금은 아예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간호사의 말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순천향대 천안병원 간호사 : 처방이 안 나면 일을 못 하는 상황이니까 정기 처방을 간호사들이 항상 거의 매일 내고 있고….]

이 같은 의혹은 서울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도 제기됐습니다.

야간 시간에 당직 의사에게 전화해도 끊어버리거나 아예 안 받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럴 때마다 간호사들이 대신 처방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앵커]
대리 처방은 의료법 위반 아닌가요?

[기자]
환자에게 약을 주는 것. 이른바 처방권은 의사에게만 주어진 고유 권한입니다.

따라서 이 권한을 다른 사람이 대신한다면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더니 의사가 다른 사람에게 면허를 빌려준 것과 같은 행위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 문제가 되는 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인데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의사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아무렇지 않게 간호사들이 쓰는 컴퓨터 모니터에 붙어 있는 사실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간호사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바뀔 때마다 새로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도 고정적인 업무가 돼 버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간호사들이 약을 처방하면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기자]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일까지 떠안다 보니 실수도 발생했습니다.

항생제를 끊어야 할 환자에게 계속 처방한다든지, 해열제를 줘야 할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일부 병동에서는 의사가 처방을 내리지 않아 수술 이후 이틀 동안 아무 약도 받지 못하고 있던 환자가 난동을 부린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입원 환자들은 약이 비슷하고, 전날 지급한 약을 그대로 다음 날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대리 처방에 대해서 수차례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환자들의 약을 처방하는 일이 간호사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인데요.

간호사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B 씨 / 순천향대 천안병원 간호사 : 수간호사선생님이 진료부에 협조해달라고 말한 적 있는데 개선사항은 없었고, 당연히 우리 애들이 힘드니까 너희가 도와줘라.]

[앵커]
병원 측 입장은 무엇이죠?

[기자]
서울에 있는 고대 구로병원은, 사실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종종 지적사항으로 이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병원 측은 지문 등 생체 인식을 통해서 처방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순천향대학 천안병원은 YTN 취재가 시작된 뒤 자체 조사를 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다면서 의혹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앵커]
정부나 관련 단체 입장은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YTN 취재가 시작된 뒤 관련 내용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리처방 자체가 의료법 위반인 만큼 사실확인을 통해 수사 의뢰 가능성까지 내비쳤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도 YTN 보도 뒤 문제점에 공감한다면서 관련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특히 간호사협회는 회원들을 상대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협회로 신고해달라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해서 추가 소식은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양시창[ysc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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