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으로 사라진 강제동원 광부 118명...죽어서도 서럽다

바다 속으로 사라진 강제동원 광부 118명...죽어서도 서럽다

2017.08.04. 오전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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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945년, 제주도로 강제동원됐던 광부 수백 명이 광복과 동시에 귀향하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만나, 118명이 바닷속에서 숨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일본 군함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며 제대로 된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억울한 강제동원도 모자라 허망하게 목숨까지 잃은 만큼 대한민국 정부가 보상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금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해남군 옥매산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알루미늄의 원재료인 명반석을 캤던 옥매 광산이 있습니다.

군용기 등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 보니 당시 최대 천 명 넘는 조선인들이 무더기로 강제동원돼 고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갑자기 제주도까지 끌려가 인공 굴과 방어 진지를 쌓기 위해 지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습니다.

[박철희 / 해남옥매광산유족회 회장 : 막사도 없고 나뭇잎으로 가려진 그런 데서 자면서 팬티에 러닝셔츠만 입고 토굴 작업을 했다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다행히 몇 달 만에 광복이 찾아오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불행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남으로 돌아오던 귀향선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이 났고 조선인들은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던 겁니다.

[김백운 / 당시 침몰 배 생존자, 90살 : 섬이라고는 육지라고는 하나 보이지 않고 사방에 하늘하고 바다뿐이었지.]

사고 소식을 듣고 일본 군함이 출동했지만, 이들은 조선인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철희 / 해남옥매광산유족회 회장 : (일본인) 한 명이 군함에 올라가서 (물에 빠진 사람들은) 조센징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그래요. 그래서 (군함이) 싣던 (조선) 사람만 섬에다가 퍼주고 나머지는 놔버리고 가버린거예요.]

[김백운 / 당시 침몰 배 생존자, 90살 : 산 사람을 태워줄 줄 알았는데 그대로 그냥 안 싣고 가버리는 거예요. 왜 그러느냐 그랬더니 자기네들이 목포에서 진해로 가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거지.]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던 조선인들을 놔둔 채 군함은 떠나버렸고, 무려 11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유족들은 옥매산 위에 돌탑 백여 개를 세우고 매년 위령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박철희 / 해남옥매광산유족회 회장 : 이대로 잊히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 이대로 이런 슬픈 역사가 묻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내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나 보상은 현재 아무것도 없는 상황!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는 연인원으로 6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보상 관련 특별법에 국외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한정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수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 어떤 고생의 강도를 국외와 국내를 구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당사자들이 연세가 많으시고 정말 80, 90세 고령자이신데 이분들이 생존해 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울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오늘 밤 국민신문고에서는 국내 강제동원 피해의 실태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지원 정책을 돌아보고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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