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출석한 정유라의 '말폭탄'...엇갈린 특검·삼성

깜짝 출석한 정유라의 '말폭탄'...엇갈린 특검·삼성

2017.07.13. 오전 11:5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불출석한다고 했던 정유라 씨가 출석해서 돌출 발언을 쏟아 냈는데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취재기자 연결해서 취재 뒷얘기와 정 씨 증언의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용성 기자!

어제 정유라 씨의 깜짝 증인 출석에 대해 전해드렸었는데요,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판이 고정적으로 열리는 곳이 417호 대법정인데요.

이 대법정의 방청석의 맨 뒤에 세 줄 정도가 기자들에게 배당된 자리입니다.

앞서 정유라 씨가 10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긴장감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고요,

정 씨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재판이 시작됐고 재판부가 "정유라 씨 앞으로 나오시길 바랍니다"라고 하자 각자 귀를 의심했습니다.

정유라 씨가 나와서 증인석에 들어섰고, 그때부터 폭탄 발언이 시작됐습니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정 씨의 상황 판단력이 웬만한 초임 검사보다 낫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돌출 행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하지만 정 씨가 증언대에서 밝힌 출석 이유는 원론적이었습니다.

자신을 증인으로 "검사가 신청했고 판사가 받아들여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정유라 씨가 진술한 주요 증언 정리해보겠습니다. 정 씨를 설득해 데려온 특검 측도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고요?

[기자]
증언은 표현 그대로 '말 폭탄'이었습니다.

특검이 "삼성 측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아니다"라며 "삼성이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삼성이 사준 말을 숨기려고 블라디미르·스타샤로 바꿨다는 이른바 '말 세탁' 혐의에 대한 내용인데, 이를 몰랐다는 삼성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또 말을 교환하기로 한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엄마 최순실 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셋이 만났다는 말을 승마 코치 캄플라데에게 들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하시면 캄플라데와 통화한 음성녹음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질문하던 특검 측은 놀라움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박상진 전 사장은 벗었던 안경을 쓰며 정 씨를 응시했습니다.

정 씨의 진술을 갈수록 시선을 끌었습니다.

특검 측이 "살시도를 삼성으로부터 사달라고 하니 어머니가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그냥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냐고 묻자, 정 씨는 "그런 말을 들었다"고 쉽게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엄마가 삼성에서 너만 지원해 준다고 소문나면 시끄러워진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은 정유라 씨는 계약 당시 18세로 승마 지원 관련 각종 계약 체결이나 협상을 잘 몰랐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면서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정 씨가 세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을 모면하려고 특검팀이 원하는 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변호인이지만 이날 정 씨 증언의 무게감을 희석해야 하는 이경재 변호사와 특검이 같은 주장을 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유라 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도 난감한 기색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런가요?

[기자]
우선 정유라 씨의 변호인 측과 특별검사팀 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증인 출석경위는 이렇습니다.

정 씨는 애초에 변호인들의 권고로 출석하지 않기로 하고, 불출석 사유서를 내는 데 동의했습니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고 건강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검 측이 정 씨의 변호인단 몰래 정 씨를 접촉해 설득했고 간밤에 마음을 바꿔 증인석에 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 씨의 변호인단은 난감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 씨의 출석에 관해 자료를 냈는데요,

"정 씨가 5시 이전 혼자 주거지 빌딩을 나가 대기 중인 승합차에 승차한 후 종적을 감췄다"면서, 마치 납치 범죄의 공소장 같은 어투로 정 씨의 출석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특검 측이 정 씨를 직접 접촉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인데요, 이런 이유는 최순실 씨 때문입니다.

정 씨의 변호인단은 곧 최순실 씨의 변호인단입니다.

어머니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이 쏟아져 나오자 최 씨를 변호하는 논리 구성에도 오류가 생긴 겁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경재 변호사는 정 씨의 증언에 대해 특검의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의심이 있다고 말해, 자신의 피고인이 한 말을 애써 뒤집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것을 드러냈습니다.

[앵커]
정유라 씨의 증인 출석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재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일 텐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만기가 다음 달 27일입니다.

구속기소 된 지 정확히 6개월 되는 시점인데요.

다음 달 초에 검찰이 구형하고 이 부회장이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결심 공판이 열려서 구속 만기 전에 1심 선고가 날 예정입니다.

정 씨가 증언한 삼성과 엄마 최순실 씨의 교감은 분명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오는 19일 다시 부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26일 최순실 씨의 증인 신문 때 특검이 집중할 것으로 보이고요, 결심을 앞두고 두 차례 벌어질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의 핵심 쟁점 공방 자리에서도 정 씨 증언의 진실공방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YTN 조용성[choys@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