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사법시험 이제 역사 속으로...논란은 여전

[취재N팩트] 사법시험 이제 역사 속으로...논란은 여전

2017.06.21. 오후 1: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오늘부터 나흘 동안 치르는 2차 시험을 끝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법조계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사법시험 존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두희 기자!

먼저 오늘부터 24일까지 마지막 사법시험, 그러니까 2차 시험을 치르죠?

[기자]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 시험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사법시험 2차 시험이 시작됐습니다.

2차 시험은 오는 24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지게 되는데요.

지난해 1차 시험 합격자 가운데 2차 시험에 불합격한 인원을 대상으로 시험이 치러지는 겁니다.

앞서 올해 1차 시험은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오늘 2차 시험 응시자와 경쟁률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올해 2차 시험 응시자는 모두 196명, 경쟁률은 3.92 대 1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의 영광은 오늘 응시자 가운데 50명만 누리게 됩니다.

이번 2차 시험 결과는 오는 10월 12일 발표되고, 이어지는 면접 시험인 3차 전형은 11월 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립니다.

단순 경쟁률은 예년에 비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사시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신규 진입자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고, 또 유예자가 대부분이어서 수험생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올해로 사실상 사법시험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수험생의 합격 의지 등을 고려하면 수치상 낮은 경쟁률을 뛰어넘는 치열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 사법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들 표정이라든가 현장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기자]
오늘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담담한 표정, 그리고 긴장된 표정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인 만큼, 시험장을 관리하는 책임자들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요.

수험생 대부분은 대부분 시험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를 전후해 입실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사법시험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현장 분위기를 담으려는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앵커]
오늘로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기자]
사실 사법시험 폐지는 지난 2007년 국회가 로스쿨 관련 법을 제정할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지난 2009년 준비작업을 거쳐 로스쿨이 처음 개원하면서, 점진적인 사시 폐지가 결정됐는데요.

지난 2015년엔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 동안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반발 여론에 물러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사법시험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겁니다.

당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압도적인 합헌 결정이 아닌, 아슬아슬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요.

헌재는 법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한다는 변호사시험법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 국회에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계류하면서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서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겁니다.

[앵커]
마침 마지막 시험이 열리는 오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기자]
국회 앞에선 오늘 오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에서 주최하는 '사법시험 존치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요.

이들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사법시험 존치법안의 통과를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 운영을 하겠단 의사를 밝혔고, 사법시험 존치 또한 국민 85%가 찬성하는 국민의 뜻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시 존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시험인데도 사법시험 존치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군요?

[기자]
문재인 정부는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시 존치 논란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사법시험 폐지에 찬성하는 측에선 사시를 존치할 경우 청년들이 오랫동안 사시 공부를 하는 이른바 '고시 낭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국가가 사법시험 폐지를 결정하고 로스쿨에 투자했기에 이제 와 제도를 바꾸는 건 사회적 낭비라는 겁니다.

또, 사시 준비생들에게 시험을 볼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기 위해서 유예기간도 뒀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에선 기회 균등 측면에서 로스쿨 문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로스쿨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집 자녀를 손쉽게 주류 사회로 편입시키는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라며 사시를 폐지하게 되면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서류전형, 면접이라는 과정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로스쿨 제도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단 주장입니다.

여기에 중산층 이하 국민이 부담하기 어려운 로스쿨 학비도 사법시험 존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이유입니다.

[앵커]
오늘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없어지더라도 '기회의 사다리'는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