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검찰 개혁 본격 착수...전격적인 문책성 인사 단행

[취재N팩트] 검찰 개혁 본격 착수...전격적인 문책성 인사 단행

2017.06.08.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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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돈 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 징계가 청구됐습니다.

이 전 지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돈 봉투 만찬 사건 감찰 발표 하루 만에 검찰 고위직의 문책성 인사가 전격적으로 단행돼 검찰 개혁에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입니다.

최재민 선임기자 연결해 돈 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 결과와 이에 따른 파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만찬장에서 모두 돈 봉투를 검찰 후배들에게 돌렸는데,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영렬 전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 원의 돈 봉투를 지급하고 1인당 9만5천 원의 식대를 제공해 두 사람에게 각각 109만5천 원의 금품을 제공했습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은 공무원이 금전 거래를 한 때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면 처벌 대상입니다.

다시 말해 이 전 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과장들에게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한 건 김영란법이 정한 한도를 넘어 위법이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이 중앙지검 1차장과 부장검사 5명에게 각각 70만 원에서 100만 원의 돈 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준 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자가 주는 금품이거나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하므로 적법한 예산 집행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앵커]
결국 법무부가 검찰의 상급기관이라는 점이 위법성 판단에서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셈이군요.

그런데 안 전 국장은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이 전 지검장과 함께 면직이 청구된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상급 기관으로서 수사비를 준 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사비를 준 시간과 장소가 부적절했기 때문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저녁 회식자리에서 또한 술자리에서 국민 보기에 개인적인 자리로 보이는 방식으로 준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방식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특수활동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안 전 국장은 뛰어난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에도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오명을 떠안고 검찰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앵커]
앞으로 이영렬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이 전 지검장의 수사는 대검 감찰본부가 맡습니다.

서울중앙지검도 감찰 기록을 넘겨받아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게 됩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아 지휘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에서 후배들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앵커]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검찰 개혁이 급물살을 탈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오늘 검찰 고위직들이 대거 인사 조처됐죠?

[기자]
감찰 발표 하루 만에 전격적인 검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법무부는 중요사건 처리에 문제가 됐던 검사들을 수사 지휘 보직을 배제했다고 전했습니다.

우선 우병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사실상 좌천됐습니다.

이른바 검찰 빅4 가운데 한 자리를 맡았던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고요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과 전현준 대구지검장도 역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처됐습니다.

또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지휘한 실무 책임자였던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옮기게 됐습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인적 쇄신을 강조한 점에 비춰 정치적 논란을 부른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에게는 직격탄이 떨어질 거란 예상이 있었지만 오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군요

검찰 인적 쇄신이 시작된 셈인데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다뤄지는 법무부 탈 검찰화 방안과 검사장 수 축소가 다음 수순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가장 굵직한 구조 개혁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수사와 기소 분리 이후 제기될 수 있는 경찰권 남용 우려에 대비한 제도와 조직 개편안 마련에 이미 착수해 검찰은 이래저래 내우외환에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로 손질이 불가피하죠?

[기자]
특수활동비는 검찰의 수사나 범죄정보, 첩보수집 활동에 쓰는 경비를 말합니다.

지난해 법무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287억 원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을 검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현금을 사용했으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때만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수사상 보안을 이유로 대부분 생략하는 게 관행입니다.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특수활동비 집행 체계의 문제점을 확인한 만큼 조만간 정부 예산 지침의 취지에 맞는 투명성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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