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잠자고 근무기록 조작하고"...해군 부산항 방어 '구멍'

[취재N팩트] "잠자고 근무기록 조작하고"...해군 부산항 방어 '구멍'

2017.05.30.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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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인 부산항을 방어하는 해군 부대의 음파 탐지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음파 탐지 장비로 잠수함을 감시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아예 장비를 꺼놓고 근무 기록인 이른바 접촉물 일지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영수 기자!

먼저 음파 탐지 장비라는 게 생소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쉽게 말하면 잠수함이나 잠수정을 감시하는 장비입니다.

레이더를 피해 물속에서 접근하는 적을 찾아내는 데 목적이 있는 건데요.

부사관들은 장비로 측정되는 음파를 분석해 적 출현 여부와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하게 되는 겁니다.

부산에 있는 해군 부대에 이 장비가 들어온 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입니다.

정확한 시기나 투입된 예산은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기 어렵다는 게 해군의 입장입니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방어 체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장비를 도입했고 첨단 장비인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앵커]
군 장비 대부분 그렇겠지만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데요.

정작 장비를 다루는 부사관들은 근무 시간에 잠을 자고 장비를 꺼놓기도 했다고요?

[기자]
취재진이 실제 부대에서 음파 탐지 임무를 담당하는 부사관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부대 상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놀라서 거듭 되물을 정도였는데요.

한 부대원은 상황실이 집 안방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부사관 10명 정도가 3~4명씩 24시간 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데 출근하면 대부분 잠을 잔다는 겁니다.

다른 부대원은 아예 장비를 꺼놓은 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근만 했지 사실상 근무를 안 한 셈입니다.

또 이런 근무 태만이 1년 넘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대 내부에는 이미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건데요.

실제 부대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B 부대원 : 이렇게 해서 잠수함 오면 잡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는 정말로 잡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없습니다.]

[앵커]
부대원들의 증언대로라면 음파 탐지 담당 부사관들은 일을 안 한 건데요.

근무 기록 같은 보고 자료는 어떻게 처리됐습니까?

[기자]
담당 부사관들은 잠수함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하루에 탐지된 음파 정보 10개 정도를 기록합니다.

음파가 확인된 시간과 거리, 선박명 등을 적는데요.

접촉물 일지라고 부르는데 근무 일지와 비슷한 성격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일지는 조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박명과 시간, 거리, 음파 등 모든 정보가 임의로 작성됐는데요.

일부 접촉물 일지에는 부산항 근처에 오지도 않은 선박이 기록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해군의 감찰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내부 고발을 접수한 해군이 뒤늦게 감찰을 벌였습니다.

2주 동안의 접촉물 일지와 녹화된 영상 자료를 대조한 결과 하루 평균 4척에서 8척이 허위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0개 정도를 기록하는 접촉물 일지에 많게는 절반이 넘는 정보가 가짜였다는 겁니다.

음파 탐지 임무를 하는 모든 부사관이 실제로 일지를 조작했거나 이를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담당 부사관들이 감찰 조사에서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근무 태만을 문제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근무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건데요.

해군은 해당 부대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한 상태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인 부산항 보안이 사실상 뚫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해군은 어떤 해명을 내놨나요?

[기자]
일단 해군은 접촉물 일지가 조작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근무 체계가 문제라며 근무 태만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러 감시체계가 운용되는 만큼 보안이 뚫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긴 합니다.

전문가들도 해군 부대의 근무태만과 이 같은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양 욱 /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 최악의 경우를 항상 대비해야 해서 이런 전략자산이 있는 곳에 대한 철저한 경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운용 실태는 매우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해당 부대의 근무 태만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만큼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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