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5·18에 경비함정 타고 등대 술자리"...고위공무원 연수 논란

[취재N팩트] "5·18에 경비함정 타고 등대 술자리"...고위공무원 연수 논란

2017.05.25.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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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정부 들어 첫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치러지던 날, 해양수산부와 해경을 포함해 주요 부처의 국장급 고위 간부 15명이 봉사 활동을 하겠다며 유명 관광지에서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해경 경비함정과 등대 관사까지 마음대로 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권남기 기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벌어진 일이라고요?

[기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를 찾아 기념식에 참석했는데요.

같은 날 이들 고위 공무원들은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경남 통영을 찾았습니다.

1인당 2만 원씩 여비를 지원받아 빌린 전세버스로 서울 양재역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사혁신처 소속 기관인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 달에 걸쳐 교육을 받는 고위 공무원들이었는데, 대부분 2급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봉사활동이라는 목적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실제 봉사를 하기는 했습니까?

[기자]
해변에서 한 시간 정도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또, 어촌마을 체험도 하고 정부 정책인 바다목장 사업장도 방문했다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해당 어촌마을 등에 확인했는데 일단 3시간 정도 비슷한 활동을 했습니다.

실제 참가했던 고위공무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일정 참가 고위공무원 : (1박 2일 동안) 전부 하면 봉사 활동하고 체험한 것까지 다 합해서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되죠. 쓰레기 줍는 건 알아서 한 거고, 체험활동 한 것은 그분들이 소득원 차원에서 하는 거니까 저희가 지원해 드릴 겸 해서….]

[앵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왜 논란이 되는 겁니까?

[기자]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고위공무원 15명은 3시간 남짓 관련 활동을 마치고 인근의 통영해양경비안전서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체험을 하겠다며 천6백 톤급 경비함정을 타고 둘러본 뒤, 이보다 작은 규모의 함정인 형사기동정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갔습니다.

참고로 소매물도에 들어가는 배편은 오늘 기준으로 7편이나 있고, 섬 주민들에게 확인해보니 소매물도에서 배를 빌리거나 하루 두 번 열리는 바닷길을 통해 등대섬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왜 들어가는 배가 멀쩡히 있는데, 해경의 경비함정을 빌리는 겁니까? 또, 이렇게 쉽게 빌릴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한데요.

[기자]
이들이 교육을 받는 인재개발원에서 경비함정을 빌려달라고 통영 해경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을 왜 보냈느냐고 물어보니까 일행 중의 한 명인 해경 소속 고위공무원이 문제가 없다며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해당 공무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결국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이상한 일은 이 경비함정을 타고 들어간 등대섬 안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이 고위공무원들이 일반인들은 평소 이용할 수 없는 등대 관사 숙소에서 잠을 잔 겁니다.

[앵커]
봉사활동을 가는데, 경비함정을 타는 것도 모자라 이제 등대 관사까지 빌렸다고요?

[기자]
이 숙소를 빌리는 데는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해양수산부 소속 고위공무원이 나서 직접 관련 부서에 전화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부서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 : (전화가 와서) 국장님들 등대 체험도 시켜줄 겸 등대원들도 격려차 그 등대에 5월 18일 날 들어갔으면 한다. 비어있느냐?]

취재 중에 통화한 해양수산부 등대 담당 공무원도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들 고위공무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숙소 안에서 술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그날의 봉사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앵커]
무슨 임금님 행차도 아니고, 고위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이분들 분명 세금으로 간 일정일 텐데요.

[기자]
교육 자체가 정부 예산으로 이뤄집니다.

고위정책과정이라는 교육인데, 전체 열 달 동안 한 사람에 천3백만 원 정도 예산이 투입됩니다.

모두 합치면 8억이 넘는데, 물론 공무원들은 교육 기간 따로 봉급도 받습니다.

이번 1박 2일 봉사활동은 이 고위정책과정이라는 교육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앵커]
앞서 인사혁신처 소속 기관이라고 했는데요. 고위공무원들을 교육한다는 인재개발원 측의 해명은 없었습니까?

[기자]
인재개발원 측은 이번 일정이 정식 공무라고 답했습니다.

해경의 경비함정을 이용한 것 역시 해경 측의 사전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술자리를 가진 것도 일과가 모두 끝난 이후였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나 인재개발원 모두 공식 해명은 거부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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