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강남역 살인사건 1년 후'...화장실 공포는 그대로

[취재N팩트] '강남역 살인사건 1년 후'...화장실 공포는 그대로

2017.05.17. 오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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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꼭 1년 전에 일어난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기억하시나요.

당시 30대 남성이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성을 무참히 숨지게 하면서 전국적인 추모와 정부의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큰소리와 달리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영수 기자!

먼저, 당시 사건을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건이 발생한 날은 오늘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 17일입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상가 건물에서 벌어졌는데요.

1층은 술집, 2층은 노래방이 있는 건물인데 이 사이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로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다행히 8시간여 만에 잡혔습니다.

당시 나이 34살 김 모 씨인데요.

김 씨가 살해한 여성을 전혀 모르는 데다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하면서 여성 혐오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전국 곳곳의 여성단체 등에서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시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개선을 약속했었죠.

현장은 많이 달라졌습니까?

[기자]
제가 직접 사건 현장과 그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먼저 사건 현장은 남녀 공간이 분리됐고 CCTV와 비상벨도 설치됐습니다.

다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시설이 부서지고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예전보다는 방범 시설이 크게 개선됐는데요.

하지만 현장에서 100m 정도만 벗어나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나 규모가 작은 건물에는 아직도 남녀 공용화장실이 많았고 별도의 방범 시설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화장실에도 비상벨이 설치되기는 했지만 CCTV까지 갖춘 곳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현장에 변한 게 없다 보니 여성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는데요.

인터뷰한 여성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양동주 /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 : 화장실을 갔다가 벌어진 일이니까 누구도 상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저도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칸마다 확인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정수빈 /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 화장실 갈 때는 친구랑 같이 가거나 휴대전화를 꼭 들고가는 편이에요.]

[앵커]
정부가 대책을 발표만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꼴이 됐는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화장실 방범시설 개선을 위해서 신청한 예산이 6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1억 원 정도만 반영됩니다.

홍보와 계도만 하기에도 부족한 돈인데요.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명분은 화장실 정비 같은 사업은 시청이나 구청, 그러니까 지자체 업무라는 겁니다.

살림 빠듯한 지자체에서 관내 화장실에 방범 시설을 모두 갖추는 건 불가능하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허리띠 졸라매서 짜낸 예산은 지자체 소유 화장실에 집중되고 일반 상가 건물은 1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입니다.

행정자치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건물주나 지자체에 화장실 방범시설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건물주의 경우 사비를 털어야 해서 강제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앵커]
관련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요.

진척이 있습니까?

[기자]
관련법 개정은 현재 행정자치부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용화장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 건물을 강제하는 부분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 건물주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자발적인 참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단 아직 전국적인 현황파악이 제대로 안 된 만큼 전수조사를 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오늘이 꼭 1주기인데요.

추모행사가 전국에서 열리지요?

[기자]
1주기를 맞아서 전국 곳곳에서 추모제가 열립니다.

여성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강남역 사건을 추모하는 시민단체 모임은 오늘 저녁 서울 신논현역과 부산 서면 등에서 추모제를 진행합니다.

신논현역에서는 추모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마스크를 쓰고 침묵 행진을 벌입니다.

여성 운동 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서울 광화문과 신촌에서 기자회견 엽니다.

피해여성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도 전할 예정입니다.

피해여성 유가족들은 사건 1주기를 앞둔 지난 11일 가해자 김 씨를 상대로 5억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해자가 꽃다운 나이에 살해당해 유가족들이 큰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보상을 요구한 겁니다.

김 씨가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은 가운데 손해배상 소송 결과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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