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의 비극...21년 동안 4번째 검찰 조사

현대사의 비극...21년 동안 4번째 검찰 조사

2017.03.20. 오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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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 모두 긴장감 속에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사회부 최재민 선임기자 연결해 박 전 대통령의 내일 검찰 출석과 관련한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열하루 만에 내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죠?

[기자]
박 전 대통령이 내일 오전 9시 반에 서울중앙지검 현관 포토라인에 서게 됩니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은 이후 전두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는 최초의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21년 동안 무려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서 조사받는 건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비극으로 꼽힙니다.

[앵커]
최초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서울중앙지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검찰은 안전사고 예방과 철벽보안을 위해 경호와 경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내일 박 전 대통령 이외의 다른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를 될 수 있으면 미루라고 주문했고 외부인의 청사 출입도 엄격히 통제됩니다.

대검찰청과 마주하고 있는 서초역 방향 출입문은 내일 하루 아예 폐쇄됩니다.

드론을 이용한 검찰청사 항공 촬영도 금지됩니다.

내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와 외곽에는 2천 명에 달하는 경찰관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이 내일 오전 검찰 청사에 도착해서는 포토라인에 서서 소회를 밝힐 가능성이 크죠?

[기자]
아마도 내일은 간단한 소회를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의 응답 뒤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부들 사무실이 있는 13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이영렬 지검장이나 노승권 1차장과 간단한 티 타임을 가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본격적인 조사는 오전 10시쯤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수1부가 위치한 청사 10층 영상녹화조사실이 유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조사실의 모든 창문은 블라인드가 쳐집니다.

[앵커]
삼성동 자택에서 검찰청사까지 이동 경로는 어떻게 예상됩니까?

[기자]
삼성동 자택에서 서초동 검찰청사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경호팀과 경찰은 일단 두 가지 경로를 염두에 두고 인력을 배치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유력한 경로는 자택을 빠져나와 선릉역을 우회전해 테헤란로를 이용하는 건데 이 경로를 이용하면 10분이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택에서 9시 15분쯤 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경로로는 많이 우회하기는 하지만 경호가 비교적 쉬운 올림픽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로는 내일 오전 9시쯤 최종 결정되는데 이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앵커]
내일 박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검찰은 막바지 질문지 작성에 한창이죠?

[기자]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자료를 마지막으로 분석하고 질문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할 항목이 수백 개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박영수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대면조사를 추진할 당시 준비했던 질문지는 50페이지 분량의 200개 항목에 달했는데 내일 검찰 조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을 추궁할 거란 전망입니다.

[앵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13가지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뇌물죄가 과연 입증되느냐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뇌물수수 혐의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공방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문제를 포함한 처벌 향배도 결국 뇌물수수 혐의 입증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SK와 롯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뇌물죄 수사는 뇌물을 줬다는 사람을 먼저 조사하고 뇌물을 받은 사람을 나중에 불러 조사하는 게 통상적인 원칙입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주말과 휴일에도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는 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와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앵커]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과 대질신문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력한 대질 대상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순실, 안종범 전 수석입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질신문을 거부하면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예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이 박연차 회장과 대질을 하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불발됐습니다.

[앵커]
검찰 소환을 앞둔 박 전 대통령 측도 준비에 한창이죠?

[기자]
오늘 오전 9시 반쯤 정장현 변호사가 삼성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정 변호사는 2001년 서울동부지청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장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변호인단 9명 가운데 1명으로, 다른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택을 공개적으로 방문한 변호인은 어제까지 유영하 변호사가 유일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어제 삼성동 자택에 8시간이 넘게 머물며 검찰의 예상 질문에 대비한 답변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앞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들은 참모 출신 변호인인 변호인단을 이끌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참모 출신이 아직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말씀하신데로 검찰 조사를 받은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은 모두 청와대 참모 출신이 간판 변호인으로 활약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영석 변호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양우 변호사가 변론했습니다.

6공과 5공 정부 당시 각각 민정수석비서관과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표가 검찰의 창을 막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은 여러 이유로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합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냈거나 지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6명으로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입니다.

곽상도 전 수석은 현재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게 사실상 어렵습니다.

우병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과 개인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김영한 전 수석은 지난해 고인이 됐습니다.

각각 고검장과 검사장을 지낸 홍경식, 최재경 전 수석은 정중히 사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조대환 현 민정수석의 사표가 수리되면 변호인단에 합류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이 사표를 반려해 이도 무산됐습니다.

여기에 검찰총장과 법무장관까지 지낸 최측근 김기춘 전 실장도 블랙리스트 혐의로 구속돼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검찰 고위직을 지내고 몇 년 사이 변호사로 개업한 이른바 전관 변호사들도 이미 대기업 변론을 맡고 있거나 로펌에 소속돼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21시간가량 남았습니다.

파면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이 내일 검찰 청사 포토라인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어떤 소회를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재민 선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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