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대통령 측 막판 공세...내달 10일 전후 선고

[취재N팩트] 대통령 측 막판 공세...내달 10일 전후 선고

2017.02.23.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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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막판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기도 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사회부 최재민 선임기자 연결해 어제 헌재의 16차 변론기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제 헌재의 16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부와 국회 측 대리인단을 향해 작심한 듯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냈죠?

[기자]
안종범 전 수석이 출석한 오전 증인 신문에서는 비교적 차분히 진행됐는데 오후에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작심한 듯 재판부와 국회 측 소추위원단을 싸잡아 비난한 겁니다.

[앵커]
헌재 재판관과 국회 측 소추위원단에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낸 사람은 김평우 변호사인데 얼마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합류하신 분 아닌가요?

[기자]
등신불과 무녀도로 유명한 소설가 김동리 작가의 차남입니다.

사법 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 재직하다 1980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요, 대한변협 회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에 대통령 대리인단에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최근에는 '탄핵을 탄핵한다'란 책을 내놓고 박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김평우 변호사가 어제 1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언성을 높이며 비판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먼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 대리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이같이 발언한 건 지난 15차 변론기일에서 강일원 재판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방기선 전 행정관에게 이른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한 것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이정미 권한대행이 "말씀이 지나치다. 수석 대리인이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없으시죠"라고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 권한대행에게 삿대질하며 "뭐가 지나쳐요"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앵커]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을 비난한 것 말고도 독설에 가까운 말로 파상 공세를 폈죠?

[기자]
김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섞어찌개라고 깎아내리기도 했고요, 국회를 향해 야쿠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는 조선 시대 경국대전에도 없다고 했고 비선조직이라는 말은 깡패들이나 쓰는 말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재판부를 향해 감성에 호소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앵커]
감성에 호소했다는 게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박 대통령을 약한 여자로 규정한 건데요.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요구하는 국회 측에 세월호 피해자를 구조해야 할 책임이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그 7시간 동안 놀고 술을 마셨느냐며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머리도 깎지 말고 식사도 하지 말라는 얘기냐,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 보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통령을 감싸기도 했습니다.

[앵커]
김 변호사는 또 무더기 증인 신청을 하기도 했는데 신청된 증인 가운데는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변호사는 증인들의 얘기를 더 들어봐야 한다며 무려 20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는데요.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국회의원과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물론, 3월 13일 이전 탄핵 심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도 증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또 대통령 변호인단의 조원룡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을 기피 신청한다고 가세하기도 했죠?

[기자]
기피신청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할 수 있는데 재판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는 걸 신청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헌재는 조 변호사의 이 같은 요구에 10분간의 휴정한 뒤 논의를 통해 기피신청을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며 각하했습니다.

[앵커]
어제 박 대통령 측의 대리인단의 이 같은 언행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

[기자]
제 생각으로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돌출 행동을 했다기보다는 준비된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고 봅니다.

이 같은 논란에 오후 변론 시간이 대부분 흘러갔고요.

정작 핵심 쟁점인 박 대통령 출석 여부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앵커]
조금이라도 선고를 늦추기 위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동이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애초 어제까지 대통령 출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한 재판부가 한발 물러서서 다시 26일까지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결정지으라고 대통령 변호인단에게 요구해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들어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헌재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해 못 할 행동에 강력히 제지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기자]
지난 21일 헌재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돌출행동이 계속되면 감치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감치는 고의로 소란을 피워 재판을 방해하는 사람을 재판부가 직권으로 유치장에 가두는 조치를 말하는 데요.

그런데 정작 어제 16차 변론기일에서도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를 넘은 언행에도 경고만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앵커]
경고만 하고 그냥 넘어간 건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기자]
대통령 측 대리인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어제 헌재 재판관들이 김평우 변호사의 1시간 반이 넘는 변론 시간 동안 일부 재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습니다.

그럼 에도 이른바 감치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정치적 논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헌재가 재판관의 경호도 강화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죠?

[기자]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과열됨에 따라 재판관들의 근접경호를 요청했습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8명의 재판관 모두에게 2∼3명의 경찰 경호인력이 출퇴근을 포함해 24시간 동안 재판관을 근접 경호하게 됩니다.

[앵커]
헌재가 최종 변론 기일을 24일에서 27일로 변경했어요.

이제 탄핵 열차가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나요?

[기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날이 3월 13일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다음 달 13일을 전후해 탄핵 심판을 선고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앵커]
이 대행 권한대행 퇴임 13일 이후에도 가능하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대행이 최종변론을 마치고 재판관 평의에 모두 참여하면 퇴임 일이나 퇴임 이후에도 8인 체제의 결정 선고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탄핵 심판 열차가 최종 종착역에 도착하는 시점은 다음 달 10일이나 13일, 또는 14일이 유력해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최재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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