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後] "도움 손길 막막"...아물지 않는 학대 상처

[사건추적後] "도움 손길 막막"...아물지 않는 학대 상처

2016.10.11. 오전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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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부모가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데 이어 두 달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해마다 2만 건 가까운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크게 미흡합니다.

특히 아동학대 상처를 치유할 대책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피해 어린이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살 수민이는 매일 재활훈련을 받습니다.

뇌 손상으로 몸을 가누지도,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몸무게는 9kg, 겨우 생후 10개월 수준입니다.

2년 전 친아버지의 학대로 머리를 다친 뒤부터 수민이의 시간은 남들보다 더디게 흘렀습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 : 하늘이 그냥 무너지는 것보다 더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제발 내 아이만 살려주세요 하면서 그냥 (병원에서) 울부짖고 그랬던 기억이….]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는 식사를 준비합니다.

물에 불린 밥 몇 숟가락과 젖병에 든 두유가 먹을 수 있는 전부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시작된 학대였습니다.

상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 : 치료는 계속해야 하고 언제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솔직히 금전적인 부분에서 힘이 많이 들어요. 많이 힘이 들죠.]

수민이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무서워서 혼자 화장실도 못 가요."

"다리가 안 움직이고 한쪽 눈도 안 보여요."

"집에 가기 싫어요. 아빠를 혼내 주세요."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이 남긴 대답입니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할 대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는 만9천 건이지만 상담원은 5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치료 상담 서비스 기회조차 시간이 지나면 대폭 줄어듭니다.

경제적인 지원은 더 심각합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70억 원이나 줄었습니다.

[김보람 / 변호사 : 현재 아동학대 대한 구조금은 회복 (비용)보다는 일시적으로 아주 적은 금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아동이 회복하는데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생활비 반이나 되는 치료비에 가슴이 답답하지만 밝게 웃는 딸을 보며 엄마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 :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태어났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저는 지금 재활치료 열심히 할 거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싶고, 믿으려고요.]

딸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엄마처럼 학대에 짓눌린 아동에게 희망의 끈을 이어주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YTN 박서경[ps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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