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강요하는 문화...'안전'으로 바뀌어야죠

'빨리빨리' 강요하는 문화...'안전'으로 바뀌어야죠

2016.09.09.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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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섭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아슬아슬하게 인도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광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3년간 고속도로 위에서 벌어진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는 175건.

22년간 화물차 운전을 해온 고정기 씨도 이런 사고 소식을 잘 알고 있지만 밤샘 운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고정기 / 화물차 운전기사 : 심야 시간에 10시부터 6시까지 운행을 하면 통행료 50% 할인을 해 준단 말이에요. 통행료 아끼기 위해 톨게이트 근처에 대놓고 시간까지 맞추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게다가 화물 운송을 맡긴 화주가 원하는 시간에 차를 대야 하기 때문에 '빨리빨리'는 일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예창섭 / 국토교통부 과장 : 대형 차량의 졸음운전은 운전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무고한 생명까지 위협하므로 선진국처럼 총 운행 시간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내년부터 4시간 운행 후 30분 휴식을 의무화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고정기 / 화물차 운전 기사 : 갓길에 정차를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거예요.착시현상만 불러 일으키는 거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요.]

최근 햄버거 배달 아르바이트생 사망 사고로 패스트 푸드업체들의 '시간 내 배달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동화(가명) / 오토바이 배달원 : (주문 화면에) 초 단위로 뚝뚝 떨어지는 게 보여요 햄버거 만드는 분들도 몇 초만에 만들죠. 20 몇 초?]

치열한 속도 경쟁에서 비롯된 잇따른 사고.

전문가들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부작용 중 하나라며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빨리 많은 실적을 해야지 소득을 올리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필요가 이런 사고로 나아가게 되는데요.]

[박화진 / 고용노동부 국장 :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대기업이, 원청이 (안전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사회가 나서 최소한의 안전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YTN 이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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