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에 쫓겨 사고 위험에 내몰린 사람들

'빨리빨리'에 쫓겨 사고 위험에 내몰린 사람들

2016.09.08. 오전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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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잇따른 에어컨 수리 기사들의 추락사고와 음식 배달원들의 교통사고.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이광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29살 동갑내기 친구인 김동화 씨와 최유진 씨.

안 해 본 배달이 없는 배달의 고수들입니다.

[김동화(가명) / 오토바이 배달원 : (주문 화면에) 초 단위로 뚝뚝 떨어지는 게 보여요 햄버거 만드는 분들도 몇 초만에 만들죠. 20 몇 초?]

전화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원들에게 내역이 전송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속도 전쟁이 벌어지는데 고객들의 독촉까지 더해집니다.

[김동화(가명) / 오토바이 배달원 : 1분 정도 딜레이가 됐는데, 전화 와서 배달 취소시키겠다.]

당연하게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고객들, 그런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업체.

그사이에 낀 배달 직원들은 결국 도로 위 무법자가 되고 사고로 이어집니다.

[최유진(가명) / 오토바이 배달원 : 빗길에 미끄러져 2~3미터 쓸려간 적이 있어요. 햄버거, 콜라 쏟지 않았는지 그것부터 (확인해요).]

한 아르바이트 포털 여론 조사 결과, 배달 아르바이트생 21%가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촉박한 배달 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에어컨 수리 기사들도 '빨리빨리'로 인한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

최근엔 한 에어컨 수리 기사가 실외기를 고치다 난간에서 추락해 숨지기도 했습니다.

동료들은 허망한 죽음 앞에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제호 / 사망 수리 기사 동료 : 가슴 아프죠. 남 이야기가 아닌데. 내 옆에 있는 동료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유독 무더웠던 올 여름

그만큼 에어컨 수리 기사들을 찾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을 찾아 수리를 마치기까지 채 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

마음이 바쁜 만큼 사고 위험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김선영 / 에어컨 수리 기사 : 하루에 한 13건? 13집 정도를 방문한다고 봐야 돼요.]

안전이냐 생계냐 오늘도 양자 택일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

이제는 '빨리빨리'보다 '조심조심'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YTN 이광연[ky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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