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지킬 수 없었던 20살 청년의 죽음

'원칙'을 지킬 수 없었던 20살 청년의 죽음

2016.05.31. 오후 2:1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지난 주말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20살 청년의 사연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20살 김 모 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 지하철역 안전문 유지 보수 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습니다.

유품으로 가방에 남아있던 컵라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김 씨는 평소 부모님에게 밥을 먹을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고 했습니다.

이런 격무에도 이 어린 청년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서울메트로의 자회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꿈을 키워 왔다는 게 부모님들의 얘기입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홀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했음에도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김 씨가 일하던 회사는 지하철 97개 역의 스크린도어 보수를 담당해왔지만 직원은 고작 10명뿐이었습니다.

김 씨가 그토록 바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이 열악한 환경에 있었습니다.

2인 1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김 씨에겐 지킬 수 없는 규정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추모 물결 속에 오늘 박원순 서울 시장이 사고 현장을 찾고, 유족들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서울시 산하기관의 외주화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40여만 원의 월급을 쪼개 적금을 하고 동생까지 도와줘 왔다는 20살 청년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울림, 헛되질 않길 바라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