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해도, 안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탈락해도, 안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2015.12.14.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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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고용창출과 한국관광의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에 면세점 특허정책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워커힐 면세점에서 10년 가까이 화장품 판매를 전담해온 김모 씨. 지난달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 공사까지 진행하고 있던 워커힐이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23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김 모 씨]
뉴스 보고 알았어요. 불안하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사]
불안감은 면세점 소속직원 200명과, 입점 브랜드 파견 직원 700명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인터뷰:워커힐 면세점 직원]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게 신세계다 두산이다 말은 고용승계라고 말은 하지만 저희한테는 확정된 사실이 전혀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죠. 사실은.

[기사]
국내 6개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 면세점도 사정은 그리 나아 보이지 않습니다. 롯데가 직접 고용한 직원 130여 명은 다른 면세점에 배치된다 해도 브랜드 별로 고용한 직원 천여 명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문근숙/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위원장]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1,000여 명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분들이 없고 월드타워 점이 없어지고 다른 기업에서 하는 부분들은 고용승계에 대한 부분이 아닌데 고용승계라는 이름으로 그분들이 마치 다 그쪽으로 옮겨가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돼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고.

[기사]
탈락하지 않은 면세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5년 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내 면세점은 모두 17곳. 숫자로만 보면 시내 면세점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 면세점 44곳이 분포해 있지만 서울과 부산, 제주를 제외한 지방에는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만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국내면세점 총매출액의 90% 가까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지난해 롯데호텔이 올린 매출 4조 7천억 원 가운데 면세점이 올린 매출은 3조 9천억 원. 호텔신라도 매출 2조 9천억 원의 89%를 면세점에서 채웠습니다. 그러나 면세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내놓은 특허수수료는 고작 5억8천만 원. 매출의 0.05%만 수수료로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기사]
정부가 특정 기업에 관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의 세금 징수가 없는 제품의 판매권을 독점적으로 주고 있지만, 사회에 기여는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 이 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저렴한 여행 상품으로 와도 면세점만 들르면 수입구조를 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면세점이 사실 큰 경쟁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행상품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사]
대형 면세점들의 서울 쏠림 현상 때문에 지방의 면세점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기업 독과점 방지를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면세점 특허를 내줬지만, 지역 관광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특혜를 받아 천문학적인 매출을 내지만 모두 대기업의 곳간에만 쌓이고 고용창출이나 한국 관광 산업을 위한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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