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가 노동법 적용을 못받는 이유 [안전은 권리]

택배노동자가 노동법 적용을 못받는 이유 [안전은 권리]

2020.08.24. 오전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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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가 노동법 적용을 못받는 이유 [안전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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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8월 22일 (토) 20:20~21:00
□ 진행 : 유다원 아나운서
□ 대담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택배노동자가 노동법 적용을 못받는 이유 [안전은 권리]

- e커머스 발달에 따라 당일배송 새벽배송 일상화... 노동강도는 가중돼
- 올 상반기 업무상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최소 12명
- 택배기사 1일 평균 노동시간 13시간22분.. OECD 평균 2배
- 5만 택배노동자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7천명 뿐
- 플랫폼 업종으로서 택배업 뿐 아니라 택배노동자 권익 보호 절실


◇ 유다원 아나운서(이하 유다원)> 28년 만에 첫 휴가! 최근 이 기사 제목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바로 택배노동자들 얘긴데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쉬는 연휴나 휴일에도 쉬지 못했던 택배노동자들에게 사흘간의 연휴가 생겼습니다. 8월 14일에 사상 처음으로 휴가가 주어진 건데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 문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택배 노동자가 열두 명이나 된다고 하죠. 열린라디오YTN에서 산재예방과 일터에서의 안전을 위해 마련한 코너, <안전은 권리입니다> 오늘은, 택배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 전화 연결 되어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이하 하종강)> 네. 안녕하세요.

◇ 유다원> 2년 만에 첫 휴가도 아니었고, 무려 28년 만에 휴가였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휴가를 보낸 건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하종강> 한국에 와있는 외국 사람들이 흔히 대한민국을 배달천국이라고 하면서 편리함에 놀라곤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또 외국에 나가면 택배가 하루 만에 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고, 유럽에서는 거리의 상점들이 대부분 초저녁에 문을 닫기 때문에 매우 불편을 겪잖아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 사회의 공감대니까 가능한 건데, 우리가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편리하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존중이 좀 부족한 게 아닌 가 이런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번 휴가시행이 비로소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일단 그렇게 받아드렸고요. 정부업계가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 가하면 지금까지 택배기사 하루 쉬게 되면 그 사람 일감을 다른 택배 기사들이 나눠 담당하거나, 대신 일할 사람을 본인이 구해야 되거든요. 이렇게 모든 택배노동자가 같이 쉬는 날이 만들어지면 그 날은 다른 사람 일거리를 떠안지 않아도 되고,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거죠.

◇ 유다원> 28년 만에 첫 휴가라서 그런지 소비자들도 택배 없는 날에 대해서 불편함보다는 사실 응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하종강> 네. 저도 참 다행스럽게 느꼈는데요.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해시태그, 연관검색어죠, 달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택배물량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13일부터 16일까지는 택배 주문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휴가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보면 이 날의 의미를 우리가 새롭게 깨달을 수도 있는데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가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픈 아이를 비로소 병원에 데리고 가는 아빠가 될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젊은 택배기사들 중에서는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내용들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5개 대형 택배회사 소속 택배기사 중에 95%인 4만 명 정도가 이날 쉬었다고 합니다.

◇ 유다원> 8월 14일이 공식적인 휴가로 지정이 됐지만 또 보니까 이날 쉬지 못한 분들도 계셨더라고요. 어떤 분들이죠?

◆ 하종강> 네. 이건 좀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번 휴가 결정에 참여한 5개 대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 택배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으니까. 쉬지 않기로 결정한 중소 택배 업체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들은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분들은 다른 기사들 다 쉴 때 자신은 일해야 되니까 굉장히 박탈감을 느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요. 두 번째 경우는 우리가 흔히 이커머스라고 하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있습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업들인데, 이런 회사들은 365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택배기사들을 직접 또는 간접 형태로 고용하고 있거든요. 그니까 평소부터 순환근무를 하면서 교대로 쉬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있으니까 이날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있는 거죠. 쉬는 날이지만 야간배송이나 새벽배송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택배기사들 고용형태가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있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되는 고용되어있는 택배 기사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도 이번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 유다원> 네. 말씀하신 대로 5개 대기업에 포함 되지 않았던 택배기사들은 쉬지 못했고, 또 새벽배송, 심야배송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 단체 휴무를 한다고 해도 이런 택배 업계 과로 문제는 해결할 수 없겠네요.

◆ 하종강> 일 년에 하루나 사흘 정도를 쉬겠다고 해서 택배기사들의 노동 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휴일이 끝나자마자 다시 예전같이 달라진 것이 없는 고된 택배 업무에 투입이 돼서 과로 상태의 노동에 시달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의 심각한 과로문제를 풀려면 심야배송을 금지해야 하고,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런 상징적인 문구가 이번에 들어갔지만 그런 상징이 선언이 아니라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지 않으면 엄격 규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이 택배기사들이 대부분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로 분류가 될 수 있어야 하거든요.

◇ 유다원> 그러면 저희가 좀 더 살펴보면, 올 상반기만 해도 10여 명 정도의 택배노동자가 사망을 했습니다. 이 원인이 지금 과로로 추정이 되고 있다고요.

◆ 하종강> 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업무상으로 숨진 택배기사는 9명이고 이 가운데 과로사로 인정된 경우가 7명이라는 통계가 있고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나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같은 곳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12명이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런 차이가 왜 생기냐 하면요. 과로사에 대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과로 한 가지가 사망의 원인이 된 경우를 과로사로 잘못 알고 있어요. 법률적으로는 기존의 질환이 과로 때문에 악화돼 사망한 경우에도 과로사로 분류합니다. 사실 사람이 과로 하나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그런 경우보다는 기존의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다가 과로로 악화돼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가족들 중에도 보면 유가족들이 고혈압 등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과로사 인정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경우를 합치면 실제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고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택배기사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 22분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OECD평균 노동시간의 두 배나 되는 수치이고 사실 사람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유다원> 지금 택배 기사의 일일 평균 노동시간이 13시간을 벌써 넘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택배 배송을 마치는 시간이 밤 12시가 다 돼서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일일이 현관 벨을 누르고 배송하면 시간이 그만큼 많이 걸리니까 현관 앞에 두고 엘리베이터를 얼른 타야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보면 그만큼 택배 기사들의 노동 시간이 길기도 하고 강도도 세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을 해주셨는데 그럼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인 건가요?

◆ 하종강> 제 개인적 경험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택배를 현관 앞에 배송했다고 문자가 왔는데 나가보니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문자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그 택배 기사가 하는 말이 밤 12시 이전까지 배달됐다고 문자를 보내야 자기가 수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굉장히 미안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분이. 그러면 이건 택배기사가 자영업자가 아니라 기업에서 규제를 받는 노동자라는 뜻입니다. 내용상으로는. 대부분 택배기사들은 법률상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있거든요. 일하는 형태는 고용된 노동자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일하는 노동자를 특수고용종사자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고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작년 9월에 AB5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한마디로 우버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쉽게 자영업자로 분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입니다. 그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인데, 우리나라보다 산업 구조나 고용형태의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른 시장 경제 사회인 미국에서 그러한 법을 마련한 이유는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할 노동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 전체가 더 큰 비용으로 부담하게 되고, 결국은 시민의 세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보기 때문이거든요. 프랑스 법안에서도 최근에 프랑스의 우버와 같은 공유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계속 내렸습니다. 선진국이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유익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유다원>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지금 이 특수고용종사자인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 하종강> 우리가 항상 길은 있어요. 있는데 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특수고용종사자들의 권리가 보호하겠다 이런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주장은 정부 여당이 사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필요성은 알고 있다는 거죠. 누구나 다. 그러한 조치들이 공통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니까. 시도했다가 그 문턱에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표적으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줄여서 생활물류법이라고 하고, 노동자들은 대게 택배법이라고 많이 불러요. 이 법에 택배라는 글자가 안 들어가 있지만 이걸 21대 국회 재발의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여당이 발표했는데, 처음 발의됐을 때도 이 법의 내용이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조항이 취약하다 이런 지적도 있었으니까 라이더유니온 같은 곳은 반대했어요, 이 법을요. 이번 국회는 보안할 필요가 있고요. 노동부는 택배노동자들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했지만, 보험료 절반을 택배노동자 절반이 부담해야 되고, 일반 직장인들은 산재보험료 본인이 내지 않잖아요. 택배노동자나 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난 산재보험 적용받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대게 비용 때문에 적용 제외 신청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택배노동자 5만 명 중에 지금 산재보험 가입자가 7천여 명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니까 택배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처럼 보험료 부담을 지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고요. 노동시간이나 휴일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유다원> 그 라이더유니온이 반대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 하종강> 그 법안의 내용이 택배기업들을 사회에 정착시키는 내용을 굉장히 강화되어 있는데 거기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래서 오히려 이건 기업을 위한 법이지, 노동자 위한 법은 아니다 이래서 반대를 한 거거든요. 물론 다른 노동단체는 도입을 찬성한 단체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 유다원> 그럼 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일명 택배법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내용이 지금 어떻게 되는 거죠?

◆ 하종강> 한 가지 말씀드리면요, 지금은 택배기사들이 우리가 눈에 보이는 택배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더 힘든 일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물류센터에서 자기가 가져갈 택배를 분류하는 업무까지 다 같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 유다원> 직접 분류를 하신 다는 거죠? 그 택배를?

◆ 하종강> 이런 업무를 구분하면 택배기사들은 배송 업무만 하고 센터에서 분류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이 따로 고용하도록 하고 이런 내용들도 그 안에 들어가 있거든요. 택배업체들이 상당히 이게 다단계로 계속 원환적 관계를 가지고 있고 영세 업체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영세 업체들을 보호해서 경제력 있는 기업으로 정착시키는 내용도 들어가 있고, 거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권리도 보호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노동자 보호 조약은 취약하니까 이 부분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산재보험료 부담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거 하나만이라도 해야 한다. 이게 라이더유니온 같은 곳의 주장입니다.

◇ 유다원> 지금 택배노동자가 5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배달업이 더 성황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택배노동자뿐만 아니라 이런 수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 하종강> 앞으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면서 이런 플랫폼 기반의 노동자들을 점점 더 많아질 거거든요. 결코 이건 우리 사회가 변화한다고 해도 노동을 담당하는 동자의 인권의 중요성이 희석되지 않는 거고요. 앞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5만 명이라는 숫자도 지금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람 숫자일 뿐이지, 등록되지 않은 택배업 종사자도 상당히 많거든요.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봅니다.

◇ 유다원> 최근 코로나19 사태도 장기화 되고 있고, 비도 내렸고, 무더운 날씨 탓에 언택트 비대면 쇼핑 문화가 정착이 이미 됐습니다. 집에서 받아보는 택배는 쉽고 편리하긴 하지만 이 택배를 배달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는 그만큼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9월 초까지 폭염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오늘도 택배 상자를 들고 뛰는 우리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강> 네. 고맙습니다.

◇ 유다원> 지금까지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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