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놓고 WTO 절차 재개...다시 갈등 국면

日 수출규제 놓고 WTO 절차 재개...다시 갈등 국면

2020.06.03. 오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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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달 日에 최후통첩…"명확한 입장 달라"
日 수출규제 해제 사실상 거부 입장 전달
문제 해결 의지 없다고 판단…WTO 절차 재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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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들어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한일 무역분쟁이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해제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우리 정부도 세계무역기구, WTO 절차 재개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김태민 기자!

정부가 일본과의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지난달 말,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일본이 사실상 규제 해제를 거부하면서 우리 정부도 더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이 내세웠던 요구조건을 모두 해결했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본 겁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한일 대화가 재개된 이후 잠정 중단했던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앞서 두 차례나 대화가 이뤄졌는데 결국 분쟁이 봉합되지 않았군요.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 발표 이후 한일 양국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9월엔 우리 정부가 일본 측 조치를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하면서 본격적인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철회하면서 다시 대화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한일 국장급 수출 대화가 3년여 만에 재개됐고 그사이 WTO 절차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겁니다.

지난해 12월엔 일본 도쿄에서 그리고 지난 3월엔 화상회의 방식으로 두 차례의 대화가 이뤄졌는데요,

끝내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고 현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일본 측에 대화 의지가 없다고 본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기자]
앞서 일본은 수출규제를 풀기 위한 조건 3가지를 내걸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출 정책 대화를 재개할 것, 두 번째는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출규제 제도를 정비할 것, 마지막으로는 우리 정부의 수출관리 인력을 확대할 것 등이었습니다.

정부는 두 나라 사이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해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다 일본이 핵심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면서 들었던 이른바 '안보상의 문제' 역시 지금껏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이 꿈쩍 않는 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결론입니다.

[앵커]
여기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 결정을 두고 일본 정부는 즉시 유감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동안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왔다고 항변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WTO 절차 재개에 대해 일본 언론은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평균 2년이 걸리는 제소절차 과정에도 수출규제가 이어질 텐데, 그렇다면 사태의 조기해결을 원하는 우리 정부도 타격을 받게 될 거란 분석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앞서 한일 두 나라는 본격적인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갖는 사전 협의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건 재판부 역할을 하는 '패널' 설치를 WTO에 요청하는 겁니다.

이렇게 패널이 설치되면 두 나라가 수출규제 문제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최소 1년, 평균적으로는 2년이 소요됩니다.

우리 정부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볼 수 있는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수출규제의 부당성, 불법성을 입증하고 세계 무대에 호소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WTO 절차를 재개한 이후에도 일본과 대화를 할 의향이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분쟁절차에 돌입할지, 아니면 협상 카드로서 새로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상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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