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공동체의 회복은 자본주의 폐해에 대안 –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 조현

[생생경제] 공동체의 회복은 자본주의 폐해에 대안 –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 조현

2019.11.05. 오후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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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공동체의 회복은 자본주의 폐해에 대안 –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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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조현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공동체의 회복은 자본주의 폐해에 대안 –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 조현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한국 경제를 생생하고, 상생하게 만드는 분들을 모시는 생생초대석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영화 <조커>를 봤는데요. 세기의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학대, 극심한 빈부격차,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됐지만 결국은 처절한 외로움이 조커를 최고의 악당으로밖에 만들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동체가 붕괴되면 사람은 외로워집니다. 외로운 사람은 누구나 괴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중요하죠.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와 함께 오늘 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 조현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저자(이하 조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종교전문기자세요. 우리나라에 전문기자라는 게 별로 없지 않습니까?

◆ 조현> 많지는 않죠.

◇ 김혜민> 종교전문기자는 더더욱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 조현> 저는 종교도 취재하고, 종교뿐 아니고 요즘은 힐링, 치유, 심리, 공동체, 이런 전반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 김혜민> 종교라는 게 결국은 신을 찾아다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면 결국은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귀결은 사람인가? 결국 마지막은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조현> 주기도문에도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그러니까 지상이 아름답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으니까요. 사람이 중요한 거죠.

◇ 김혜민> 사후사계에 천국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세상,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공동체가 천국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종교전문기자가 공동체, 그리고 사람에 관심을 가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의 정의를 먼저 하고 시작하고 싶어요. 사실은 공동체 생활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특이한 사람들, 아니면 사회부적응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 조현> 공동체 이야기를 하면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일본 예전에 지하철에 가스를 뿌린 옴진리교 같은 이런 사이비 단체, 이런 것을 연상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죠. 그런데 일단 공동체 운동은 인류가 탄생할 때부터 함께 살았으니까 사람이라는 것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건데요.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공동체 운동은 유럽에서 히피들이 등장하고 하면서 조금 유럽 사회처럼 물질적으로 잘만 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이거 너무 인간성도 경쟁 때문에 말살되고, 또 자원은 과소비되고, 이게 지속가능한 사회야? 이러면서 다르게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우리끼리라고 제대로 사는 이상사회를 만들어볼까 했던 것이 히피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운동이었는데요. 지금은 흐름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 공동체 운동이 아니고, 그런 공동체 운동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도 너무 땅값이 올라서 옛날처럼 버려진 땅에 우리끼리 이상을 100만 평에 실현해보자, 그러한 것은 어렵고요. 요즘의 공동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환 마을’이라고, 기존의 마을들이 많이 쇠퇴하고 그랬으니까 사람다운 마을로 전환시켜보자, 공동체성을 강화하자. 요즘에 마을운동이라든가, 도시재생, 이런 운동과 결합해서 그게 전부 ‘전환 마을’ 운동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 도시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데, 도시에 사람은 밀집해서 살지만, 개인은 다 외로우니까. 그렇다고 도시에서 이렇게 쓸쓸하게 다 고독사 당해야 해? 우리 도시에서도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한 게 ‘공유 주택’입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의 셰어 하우스라든가. 이런 게 우리끼리라고 함께 모여서 나누고, 돕고, 의지하고, 외로움을 달래고, 이렇게 살아보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공유 주택 운동이 굉장히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요. 스웨덴 같은 나라는 인구의 1/5이 공유 주택에 산다고 해요. 유럽에도 굉장히 활발하고요. 우리나라에도 최근 1, 2년 사이에 제 책을 보고도 엄청나게 이 공유 주택 운동이 붐입니다. 친척 간에, 친구들 간에 몇 명만 모여도 공유 주택 우리가 직접 설계해서 살아볼까 하는 운동이 활발합니다.

◇ 김혜민> 예전에 물질이 풍성해지면 삶도 풍부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정말 우리만의 새로운 세계, 파라다이스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게 공동체였다면, 지금은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게 공동체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결국,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때문에 생겼던 여러 가지 사회의 문제점들을 공동체가 대안이 된다는 얘기잖아요. 이 자본주의가 왜 반공동체적인 문제를 만들었을까요?

◆ 조현>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적자생존 아닙니까? 완전히 자유시장에 의해서, 예전에는 서로 같이 나눠 먹고, 이렇게 같이 마을에서 더불어서 살았다면, 농사도 같이 짓고, 두레 하고, 협동하고, 이런 식으로 품앗이 하고 같이 산 게 옛날 방식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적자생존이기 때문에 부자는 엄청난 부자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도 굉장히 많고요. 그런 적자생존 방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반공동체적이고, 너무나 산업화, 도시화 되면서 전부 기존의 마을들을 떠나고 대가족을 떠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전 국민의 절반 가구 이상이 아파트에 살게 됐는데요. 그 구조 자체가 어떻게 보면 조금 고립된 건물에서 각기 가구별로. 가구 단위뿐만 아니라 이제는 1인 가구가 모든 가구 중 3년 전부터 1위거든요. 가면 갈수록 개별화되고, 자본주의가 그것을 혼자의 삶을 부추기는 거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혜민> YTN 라디오 생생경제가 생생하고, 상생하는 경제 이야기를 하는 경제 프로그램이거든요. 사실 자본주의 시스템 가운데 좋은 점들 때문에 사회가 이렇게 많이 발전했다고도 생각하고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도 명암이 있는 거니까요. 어두운 부분들을 우리가 그냥 두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극복해가자는 뜻으로 제가 이해를 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일 것 같아요. 우리나라 공동체가 붕괴된 시기를 많은 사람들이 IMF를 꼽더라고요. 맞습니까?

◆ 조현> IMF기도 하지만 1960년대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그때부터 급격하게 도시로의 이주가 시작됐거든요. 그러면서 기존의 우리는 마을 공동체라는 게 대가족 중심, 또 이웃끼리 어울리며 살면서, 그러면 애들을 낳아도 자기 부모가 설사 들판에 일을 가더라도 대부분이 옆집, 아니면 고모, 할머니, 당숙, 이웃집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거든요. 혼자 완전히 단절된 아파트에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계속 도시화되면서 그런 식으로 4, 50년 동안 우리는 인류가 포유류로서 3, 400만 년 동안 공동체적으로 살아왔는데, 한국인들도 불과 100년 전, 50년 전까지만 해도 공동체적으로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급격히 4, 50년 만에 완벽히 무너진 거죠. 너무나 빨리 변화했을 때는 모든지 거기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거거든요.

◇ 김혜민> 최근에 제가 아는 한 목사님이 교회를 새로 열면서 이름을 고민하길래 교회에 마을이라는 이름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저도 그만큼 요즘에 마을, 이런 공동체가 붕괴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픈데요. 그러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공동체에 구체적으로 기자님이 취재하신 공동체를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관심이 많은 분야는 육아. 저출생의 대안으로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모델을 보셨어요?

◆ 조현> 제 책에 나오는 사례 중에 서울 도봉동에 있는 은혜 공동체의 경우, 은혜 공동체도 공유 주택인데, 한 건물에 50명이 같이 살아요. 거기에 싱글도 7명이 같이 살고요. 그런데 공동체로 가면 애들이 되게 많아요. 왜 공동체에 아이들이 많을까 하는 것을 보면, 저도 애를 키웠지만 애 하나 키우는 데도 너무 기진맥진하잖아요.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들이거든요. 또래. 거기에는 또래들이 많고요. 다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50명이나 되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 공동체로 살면 부엌에 내려가는 것도 당번들만 세 명씩 내려가는 거예요. 그러면 나머지 6일 동안은 그냥 부엌으로부터 해방되는 거예요. 해방되니까 여성들도 좋아하고, 주말이 돼도, 우리 직장인들은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애들 놀이공원 데리고 가느라 파김치가 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는 어린이들도 4, 5살짜리만 있는 게 아니고 형들, 5학년, 6학년짜리도 있으니까 형들이 보살펴주니까 봉고차 한 대로 다 싣고 어른 한 명만 당번이 가는 거예요. 그러면 두세 달에 한 번만 당번을 서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도 애들 때문에 파김치가 돼서 애들 낳을 수가 없어서 하나 낳고 이건 다시 할 짓이 못 된다고 얘기하는데, 주중에도 해피하지만, 주말에도 너무 해피한 거예요. 어른만 해피하느냐? 애들은 더 해피하거든요. 애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가 가도 재미없거든요. 부모들은 죽도록 힘들다고 하지만 애들은 또래가 많고 하니까 너무 재밌어 하고요. 그러니까 독박 육아라는 이야기가 안 나오고, 거기에는 애들이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혜민> 제가 아들 넷인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아들 넷이 있으면 사춘기가 없대요. 아마 그렇게 또래들이 그렇게 모여 있으면 그런 부모와의 극심한 갈등, 사춘기, 그런 부분들이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발산되니까 아마 그런 부분들도 해결이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저출생 대책이 알맹이가 없구나. 이게 돈 더 준다고, 애 낳으라,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키울 수 있는 상황들, 공동체를 회복하는 게 저출생 대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어요.

◆ 조현> 그러니까 작년 말에도 온갖 학가들이 모여서 저출생 대책을 세워놓고 10년 동안 126조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 부어도 완전히 출생율이 곤두박질만 치고, 국가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런 엄청난 논의를 했다고 하는데,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거예요. 복지가 안 되어 있다, 취업이 어렵다, 집을 사기 어렵다, 물론 그런 것들은 당연히 나은 쪽으로 가야 해요. 당연히 그런 것은 대전제고, 성평등도 되어야 하고, 당연한 전제인데요. 실은 1960년에 가임 여성이 1인당 출생율이 6.1명이었거든요. 지금 복지가 아주 안 좋은 나라들, 아프리카, 인도, 네팔, 이런 데가 오히려 출생율이 훨씬 높아요. 그러니까 그런 외적인 것만 가지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 김혜민> 기자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런 나라들은 다 공동체가 살아있네요?

◆ 조현> 공동체가 살아있는 거예요. 물론 우리가 그런 나라처럼 돌아가자는 이야기냐? 돌아갈 수도 없는 거죠. 없는 거지만 우리가 이렇게 문명이 발전하면서도 공동체는 이렇게 무작정 파괴되도록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공동체가 4, 50년 동안 급격하게 붕괴되면서 우리 내면이 엄청나게 소진되고, 허물어졌다는 거예요. 우리가 애를 낳고, 돌보고, 결혼하고 할 에너지가 없다는 거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동체가 소진되면 애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도 그렇지만 부모가 없고 하면 너무나 내면이 허전하고, 너무나 힘들고 쓸쓸하고 깊은 트라우마가 박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4, 50년 동안의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보릿고개를 넘어서 경제적으로 굶주림은 해결됐지만 굉장히 다른 종류의 트라우마를 겪는 거예요. 그것에 대한 관찰이 없는 거예요.

◇ 김혜민> 배고픔, 굶주림만 해결됐지, 영혼의 굶주림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서 관심들이 없는 거죠. 이제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오프닝에서 조커 이야기도 했지만요. 외로운 사람이 언제든지 괴물이 될 수 있거든요. 그것은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싱글족, 비혼족을 위한 공동체를 소개할 텐데, 제 주변에 비혼족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혼자 노년생활을 보내야 하는 게 남의 말이 아니고요. 이 문제에 대한 공동체 있습니까?

◆ 조현> 제 책 부제가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 공동체 탐사기’인데요. 그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웃어요. 자기 얘기 같아서 그런 거죠. 혼자 있자니 외롭고, 함께 하자니 괴롭고, 이게 딜레마인데요. 그러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속에서 현대인들이 헤매고 있는데요. 실은 공동체는 가족이 다 있고, 정상가족들보다는 오히려 저는 혼자 외로운 사람들이 훨씬 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혼자는 너무 외로운데 우리끼리 모여서, 요즘은 프라이버시가 너무 중요하니까 사는 것은 각자 살되 저녁만 같이 먹자든가, 저녁 다 먹기 곤란하면 일주일에 세 끼만 같이 먹자든가.

◇ 김혜민> 저는 그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조현> 일주일에 한두 번 커뮤니티 공간에서 같이 식사만 한 번 하고, 공부만 같이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외로운 사람들일수록, 약자일수록 그게 훨씬 필요합니다. 요즘 그런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어요. 저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봐요.

◇ 김혜민> 혹시 소개해줄 공동체가 있으세요?

◆ 조현> 요즘 소행주라고 여기서 가까운 마포 성미산에서 시작됐는데요. 거기서 10호 공동체까지 나왔어요. 처음에는 가족들 9가구, 10가구, 이런 식으로 살다가 나중에는 싱글들끼리만 7, 8명 사는 공동체가 나오고요. 그다음에 성소수자끼리만 사는 공동체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분화가 되더라고요.

◇ 김혜민> 이렇게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그리고 얼마나 공동체가 좋은지, 중요한지도 얘기해주셨어요. 그러나 이 방송을 들으면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각방 쓰는 게 더 좋고, 혼자 사는 게 익숙한데,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랑 이렇게 사는 게 가능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사람을 위한 교육도 있다고 하면서요?

◆ 조현> 실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그냥 싸우고, 갈등하고, 괴롭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이면, 저도 그런 곳에 가서 강연도 많이 하지만, 책 가지고 공부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탐구를 많이 합니다. 그들 나름대로 함께 모여 사는 비법이나 이런 노하우를 많이 개발도 하고요. 직접 그런 것을 배워볼 필요가 있죠. 그런데 실제 핵심은 인간은 함께 사는 것은 괴로운 점도 많이 있지만, 혼자 살면 괴로운 정도가 아니고, 혼자는 살 수가 없다는 게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죠. 어떤 식으로든 같이 살아야 하고, 또 내면에 사람들이 무섭고, 두렵고, 불신감이 심하고, 이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계속되면 히키코모리가 되고, 결국에는 고독사가 되는데요. 예전처럼 죽고 싶다고 해서 쉽게 죽어지지도 않고요. 요즘에는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요. 그런 식의 고독함, 아주 철저하게 외로운 삶이 50년, 60년이 지속된다고 해보세요. 그런 삶이 뭐가 되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조금 힘들고, 두렵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하버드 대학교에서 무려 724명을 79년 동안 조사를 해보니까 핵심이 관계에요. 사회적 성공이라든가, 부라든가, 좋은 차, 좋은 집, 장수, 이런 게 아니고요. 아주 좋은 친구, 고통스러울 때 말할 수 있는 한 사람, 이런 친구들을 갖는 게 삶에서 핵심이라고 조사가 나온 거거든요.

◇ 김혜민> 사람들끼리 갈등에서 생기는 에너지도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갈등을 서로 해결하고, 해결했을 때의 희열, 그리고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갈등 가운데 더 관계가 깊어지고요. 그게 또 사람살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시간이 아까운데, 마지막으로 해외 공동체도 많이 다니셨던데요.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해외 공동체가 있다면 소개를 해주세요.

◆ 조현> 외국 공동체들은 지금 미국에 있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라든지, 이런 곳이 너무 잘 되고 있어서 그분들이 한국에도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고요. 너무 다양한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공동체라고 100개의 공동체가 있다고 하면 그 100개가 다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내 친구들끼리 몇 명이서 만나서 우리들끼리 어떤 식으로 할 건지, 집을 어떻게 설계할 건지, 우리는 어떤 식으로 살 건지, 프라이버시와 함께 생활을 5:5로 할 건지, 8:2로 할 건지, 이런 식으로 각기 정하기 나름이거든요. 딱 이렇게 하나로 가야 한다는 건 없습니다.

◇ 김혜민> 본인이 만약에 공동체 생활에 관심이 있다면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의 라이프스타일과 자기의 생각과 이 모든 것과 잘 맞는 공동체를 선택하면 정말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좋은 마을 공동체를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님 오늘 인터뷰하고 나니까 마음이 따뜻해졌고요. 정말 다르게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조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한겨레 조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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